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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생 “김어준 방송, 레거시 미디어보다 본질에 빨리 접근”

미디어오늘 조회수  

▲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의원실 제공
▲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정춘생 의원실 제공

국회를 둘러싼 정치 뉴스도 유튜브의 시대다. 포털에 뜨는 정치 기사는 자극적이거나 깊이가 없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비판받았다.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죽음, 세월호·이태원 참사, 조국사태 등에서 언론이 보인 태도에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 그럼에도 검찰 등 출입처발 일방적 보도 행태가 달라지지 않았고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기성언론 소속 기자들이 권력자에게 눈치를 본다는 유권자들의 평가는 공고해지고 있다. 

공영방송에서 시작해 청취율 1위를 기록하던 김어준의 아침 라디오 방송은 유튜브(‘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로 옮겨 매일 1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MBC·CBS 등 올드미디어에서 정치여론을 주도하는 곳은 아침과 저녁 라디오 프로그램을 ‘보는’ 유튜브 채널들이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초선이지만 27년의 정치권 경력이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당시 새정치국민회의(현 더불어민주당) 공채 당직자로 들어와 여성가족정책전문위원, 여성 최초 조직국장, 여성국장, 공보국장, 원내행정기획실장 등 당의 주요 보직을 거쳤고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2일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최근 정치보도가 비판을 많이 받는다.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양당의 대립 갈등만 주로 다루는 것 같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잘 다루지 않는다. 양극단의 이야기. 민주당의 입장은 어떻게 국민의힘 입장은 어떻다며 갈등하는 구조만 다루고 클릭 수를 유인하기 위해서인지 제목도 엄청 세게 뽑는 게 아쉽다. 기자가 취재해서 어느 정도 분석과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냥 전언이다.”

-판단을 내리지 않고, 전언만 담아서 아쉬웠던 사례를 하나 들어보면?

“(2019년) 당 원내행정기획실장할 때 전자입법발의 시스템을 최초로 이용해 선거제·사법제도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일을 기획했다. 이 사건을 분석하는 기사가 나오는 게 아니라 나경원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위헌적인 다수당의 폭거’라고 주장한 내용이 제목으로 나온다. ‘법안을 종이서류로 만들어 의안과에 접수하는 것’만 발의가 아니라 전자입법발의가 어떤 방식인지 해설해줘야 하는데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이 안 된 기사들이었다.”

-자극적인 기사는 알권리를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보통 제목은 데스크에서 뽑지 않나. 기자의 의도와 다른 제목들도 많이 뽑힌다고 하는데 클릭장사를 해야 광고도 많이 붙고, 이건 악순환이다. 언론사 내에서 자정 활동을 해야한다.”

-최근 기성언론보다 ‘뉴스공장’이 뉴스이용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경우도 있는데, 왜 그렇다고 보나?

“레거시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만들고 있다. 김어준씨는 열심히 취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호응을 하는 게 아닐까. 사건 본질에 빨리 접근하는 취재를 게을리한 부분에 대해 (기성언론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김어준씨가 일부 다른 사실을 보도했을 수 있는데 이는 극히 일부이고 그 정도의 역할을 잘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보지 않을까. 국민들은 똑똑하다. 무엇이 맞는지 힘을 실어주는 건 독자에 대한 서비스다. (기성 언론의 보도는) 객관성·중립성이라기보다는 기계적인 균형이다.” 

-거대 양당의 입장만 나온 기사를 많이 접하지 않나?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양당 얘기만 나온다. 뉴스에서도 두 당의 로고만 보이고.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각인이 된다. 조국혁신당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끔 보인다. 우리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열배 이상 뛰어야겠다고 생각한다.”

▲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의원실 제공
▲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의원실 제공

-소수정당으로서 정치개혁의 필요성도 절감할 것 같다. 

“소수정당 일원으로 일하다 보니 (정치개혁이) 절실하다. 일단 큰 정당에 있을 때 모습을 반성한다(웃음). 국회는 교섭단체 위주로 운영된다. 상임위원장이나 간사도 교섭단체만 할 수 있고 비교섭단체가 뛰어들 여지가 없다. 같이 교섭할 수 있도록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시켜야 한다. 지금 20석을 교섭단체로 한다는 근거가 없다. 과거 10석으로 내려갔다가 유신 때 20석으로 만들고 유지됐다. 그러다보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요건이 가장 까다롭다.(상당수 국가에서 교섭단체 최소의석수가 0~5석 수준이다.)”

-교섭단체 최소의석이 10석으로 완화되면 조국혁신당(12석)도 교섭단체가 된다. 이는 왜 필요한가?

“사회가 다원화돼 있는데 국회는 양극단으로 갈라져 모든 게 양당으로 수렴된다. 정상이 아니고 대립 갈등 구조를 더 강화시킨다. 제3의 정치세력이 교섭단체로 진입해야 양당 사이에서 조율도 하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

-갈등만 부각하는 언론보도도 문제가 크지만 교섭단체 요건도 양당이 극심하게 대립하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양당이 싸우는 모습만 보면서 국민들도 피로감이 쌓이며 정치 냉소주의에 빠진다. 조국혁신당이 690만표 가까이 얻었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교섭할 수 없다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입법정의의 문제다.”

-또 어떠한 정치개혁 과제를 준비하고 있나?

“국고보조금 배분도 교섭단체가 기준이다. 전체 보조금 절반을 일단 교섭단체(거대 양당)에 배분하고 나머지 절반을 의석수 비율로 나눈다. 결국 양당을 더 주고 비교섭단체는 조금밖에 못 받는다. 불공정하다. 국고보조금을 공정하게 받아야 각 당에서 정책연구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그래야 다원화된 사회를 국회에 반영하고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후보만 낸 정당으로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었다고 하는데.

“선거기간에는 정책과 공약을 널리 알려야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데 비례대표 후보만 있는 경우 마이크를 사용해 연설하지 못한다. 선거운동을 기자회견 방식으로 해야 했다. 대신 신문·방송 광고는 가능하다. 돈 드는 방식은 할 수 있도록 하고 돈 안 드는 방식은 막아놓는 건 불합리하다. 입은 열어놓고 돈 쓰는 운동방식을 제한해야 하지 않나. 이제 병립형 선거제도로 돌아가진 않을 텐데 그러면 더 많은 (비례중심) 정당이 나타날 거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지적에 수긍은 하는데 양당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지난 22일 조선일보 사설 <이재명 92% 조국99% 득표율, 위험한 비정상>에서 “99.9% 득표는 북한식 선거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당이다. 처음엔 창당해서 추대하는 형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선출을 통해 평가받은 것이기 때문에 비민주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찬성이 높다고 민주당과 똑같이 평가받을 건 아니다. 그럼 비슷한 비율로 반대를 해야 하나? 그건 억지다.”

▲ 지난 22일 조선일보 사설
▲ 지난 22일 조선일보 사설

-가정폭력처벌법(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부개정안을 지난 10일 대표발의했다. 가정폭력 정의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을 포함해서 연인 간 폭력에서도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자는 취지다. 상대를 감시·고립·통제하는 행위도 범죄로 규정했다. 

“연인 사이에 폭력 사건(교제폭력, 데이트폭력)이 많아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돼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21대 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 입법제도를 보면서 가정폭력 범죄에 친밀한 관계도 포함해야겠다고 했다. 이에 법에 ‘친밀한 관계’에 대한 정의를 넣었다. 지난 4월 거제에서 전 남자친구가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11번이나 신고를 했다. 신고 과정에서 경찰이 분명하게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분리조치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경찰) 인식의 문제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친밀한 파트너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국제연합(UN)에서는 ‘파트너 폭력(Partner Violence)’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며 연인관계의 폭력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다른 관계의 폭력과 차이점이 있으니 그럴 텐데.

“피해자에 대한 협박을 넘어서 가족이나 지인들도 협박한다. 보통 피해자는 오랫동안 감시·통제를 받아온 사람인데 협박을 당하다 보면 ‘처벌 불원서’를 써주게 되고 사건이 그냥 종결된다. 연인 간 폭력 신고가 늘고 있다. 지난해 신고 건수는 7만7000여건인데 구속율은 2% 수준이다. 많은 부분이 처벌불원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자는 내용을 넣었다.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 그 외에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도 폐지해야 한다. (가해자가) 상담을 받는다고 기소하지 않는 건 그 범죄의 특성을 몰라서 그렇다. 상담받아서 폭력이 없어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그 기간동안 살해당하는 경우가 있지.”

-최근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게 불법촬영물로 각종 협박을 당했고, 다른 유튜버들도 쯔양을 협박하는 등 사건이 벌어졌다. 

“사이버렉카들이 돈을 갈취하려고 했고, 참 복합적인 사례다. 누구든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등 사회적 메시지가 큰 사건이다. 쯔양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기 힘들었을 텐데 싸우겠다고 용기를 내준 부분이 고맙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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