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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풍선 도발이 예상을 벗어나 계속되고 있지만 다음 대책으로 뾰족한 게 없어 고민이 많습니다.”
합동참모본부 고위 관계자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북한이 날려 보낸 쓰레기(오물) 풍선이 낙하한 것을 두고 기자에게 털어놓은 속내다.
24일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7시께부터 종이 등 쓰레기가 담긴 풍선을 띄웠다. 지난 21일 이후 사흘 만이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는 지난 5월 28일 첫 살포한 이후 올해 10차례다.
하지만 이번엔 쓰레기 풍선이 처음으로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부양한 대남 쓰레기 풍선에 대해 합참과 공조를 통한 모니터링을 하던 중에 용산 청사 일대에 낙하한 쓰레기를 식별했다”며 “(북한의 쓰레기 풍선을) 관측 장비를 통해 실시간 감시하고 있고 장소를 명확하게 측정해 발견했으며, 낙하 후 안전하게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용산 지역으로 이동하는 쓰레기 풍선에 대해선 실시간으로 관계 기관과 공조 하에 감시 및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경호처는 쓰레기 풍선을 실시간으로 감시 가능한 체계를 확보하고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통령실 앞마당에 북한의 쓰레기 풍선이 낙하했다는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군 당국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군 대처 방법의 심각성은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대북 확성기 전면 가동에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남쪽을 향해 쓰레기(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장 효과적인 대북 심리전 수단이라고 여겼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가동해도 북한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이외에 맞대응 할 카드를 군 당국이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으로 응징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선언한 후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MDL) 최전방에 감시·정찰 자산을 투입하고, 6년 만에 연평·백령 등 서북도서 일대에서 대규모 포사격훈련을 실시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데 그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지난 6월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굳건한 군사협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며 오히려 한반도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과 언론들은 군 당국의 적극적인 군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을 공중에서 격추할 경우 내용물이 공중에서 흩어져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낙탄으로 민간 피해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낙하 후 수거’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용사 대통령실 청사의 쓰레기 풍선 낙하를 계기로 북한의 지속되는 풍선 도발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응 방침이 바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추가적인 조치 및 대응방안과 관련해서는 관계기관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장 실효성 있는 군사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물론 대통령실이 즉각적인 조치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지만, 군사 조치를 포함한 군의 대책과 작전을 책임져야 할 합참 내부에는 고민이 깊은 분위기다.
군 소식통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전면 시행에도 대남 쓰레기풍선 공세가 더욱 확대되는 것을 두고 대북 확성기 방송이 당초 판단과 달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합참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합참의 한 관계자도 “한반도 긴장 고조는 북한이 원하는 그림이라 강력한 군사 조치를 시행할 수 없는 단계”라며 “일부에서는 우리가 대북 전단을 자제하면서 남북간 긴장을 완화할 군사 회담 같은 대화에 나서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지휘부가 탐탁하게 생각지 않아 사실상 뾰족한 차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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