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이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을 위해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장 방문을 통한 선수단 지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비인기종목 중심으로 ‘통 큰’ 지원을 이어간다. 각각 올림픽 공식 후원사, 관련 종목 협회장 자격으로 지원 현황을 직접 챙기는 동시에 올림픽이 유발할 기업홍보 효과도 놓치지 않을 전망이다.
올림픽 파트너 이재용, ‘선수단 응원·갤럭시 홍보’ 직접 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파리 올림픽을 직접 참관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건희 선대회장, 홍라희 리움미술관 전 관장 등 가족과 함께 총출동한 이후 12년 만이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단체 구기종목의 부진 여파로 국내에선 관심이 예년보다 떨어졌지만, 갤럭시 신제품 관련해 현장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 만큼 현지 마케팅 전략을 점검하고 글로벌 세일즈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30년 이상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파트너로 활동하며 올림픽 행사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상위 등급 공식 후원사 ‘TOP(The Olympic Partner)’ 기업을 분야별로 한 곳씩 선정해 마케팅 독점권을 부여하는데,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IOC TOP에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파리올림픽에서 갤럭시폰으로 개막식 생중계, ‘빅토리 셀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빅토리 셀피는 시상대 위에 오른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갤럭시폰으로 직접 촬영하는 것인데, 이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다.
그동안 올림픽 시상식에선 휴대전화를 포함한 개인 소지품 반입이 금지됐지만, 삼성전자와 IOC 협력으로 시상대 셀카가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 제고와 마케팅 효과 등 ‘두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장은 올림픽 경기 참관과 함께 선수단 응원에도 나선다. 이 선대회장은 런던올림픽 당시 IOC 총회와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주요 경기를 관람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과 선대회장은 박태환 선수가 참가한 남자 자유형 400m 경기를 가족과 함께 관람하며 선수에게 힘을 실었다.
‘만능 스포츠맨’ 최태원, 비인기종목서 ‘키다리 아저씨’ 역할
최태원 회장은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고 있어 그동안 올림픽 현지 응원에 적극 나섰지만, 올해는 파리에 가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내에서 핸드볼과 펜싱 등 선수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키다리 아저씨로 역할하고 있다.
최 회장은 평소 물 속 격투기인 수구와 테니스, 수영 등을 즐겨하는 만큼 스포츠에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학생 시절 핸드볼 선수로 활약한 인연으로 핸드볼 종목에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 회장이 기부한 국내 핸드볼 전용 경기장엔 설계와 공사비로만 434억원이 투입됐다. 매년 협회 후원 금액도 국내 최고액 수준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5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워커힐 호텔에 초청해 만찬을 하고, 격려했다.
SK그룹 펜싱 후원도 유명하다. SK는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20년간 누적 300억원을 후원하며 펜싱 강국 도약에 일조했다. 대한펜싱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은 파리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으로, 주요 펜싱 경기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선수들에게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외에도 한국 수영 간판인 황선우, 역도 박혜란, 브레이킹 김홍열 선수도 후원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 차원에서 스포츠에 후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20년 양궁 사랑 정의선, 신기술 훈련기법 도입도
정의선 회장은 올림픽 양궁 경기일정에 앞서 파리에 도착해 사전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양궁 대표팀 선수들의 휴게 시설과 음식 등을 지원하고, 최상의 훈련 환경을 제공하는 데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양궁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등 하계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양궁 선수단을 직접 격려해왔다.
올해 초 신년사에선 “올해는 가장 중요한 목표 대회로서 파리올림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 달성은 물론 각 부문에서 한국 양궁의 탁월함이 변함없이 발휘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최상의 훈련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선수들의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해 개최지 맞춤형 훈련과 첨단 기술 기반 훈련 장비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비전인식, 3D 프린팅 등 최첨단 기술 훈련 기법을 도입해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선수들의 집중력 관리를 위해 ‘슈팅 로봇’과의 대결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1일 파리올림픽 지원 준비에 대해 “지금까지 해온 것에 현재 더 기술을 개발 중이다”이라며 “새로운 방법으로 또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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