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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여론전 공작’ 계약서 입수…“언론인으로서 양심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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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가 2012년 MBC 파업 당시 노조를 비방하기 위해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 ‘여론전 청탁’ 계약서가 확인됐다. 당시 이진숙 후보는 MBC 홍보국장, 기획조정본부장 등을 맡으며 노조가 퇴진을 요구한 김재철 MBC 사장의 ‘입’으로 통했는데 단순 대변인 역할뿐 아니라 사실상 ‘공작’을 추진했다는 것이 문건으로 드러났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이 24일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소셜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를 보면 MBC는 2012년 5월21일 위키트리 지배사 소셜홀딩스와 소셜미디어 대응 전략, 실행 계획 수립 및 운영에 관해 체결한 계약을 결재했다. 2012년 1월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주도로 시작된 총파업이 100일 넘게 이어지던 시점이다.

▲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소셜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
▲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소셜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

앞서 공동취재단은 총파업 당시 이진숙 기획조정본부장의 ‘여론전 청탁’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7일 공훈의 전 위키트리 대표는 공동취재단과 통화에서 “(2012년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제가 계약을 중지했다. 그걸로 끝난 일”이라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고, 중간에 제가 이건 부당하고 무리다 싶어 해지했다”고 말했다.

의혹을 처음 폭로한 고 이용마 기자는 ‘무리한 요구’가 ‘가상계정 작업’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6년 ‘한겨레21’ 기고에서 이용마 기자는 “일종의 대포 계정을 만들어 노조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요구했지만 공 대표가 이를 거부했다”며 6000만 원의 착수금과 2012년 12월까지 매달 2000만 원 등 구체적인 금액까지 언급했다.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계약서에 명시된 위키트리 용역 업무는 △소셜미디어 전략 자문 △소셜미디어 허브 구축 △실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상시적인 이슈 대응 플랫폼 운영 등 네 가지다. SNS 상에서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악의적 이슈를 억제하는 동시에 사측에 우호적인 내용을 확산시키며 그 경과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시킨다는 목적이다.

▲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소셜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
▲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소셜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

계약서에는 구체적으로 “사실이 아닌 악의적인 스토리나 적대적인 스토리가 유포되어 ‘갑’(MBC)의 브랜드 이미지나 대외 활동에 치명적인 타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허브 시스템 구축”이나 “소셜미디어 상에 발생하는 ‘갑’(MBC)에 대한 우호적인 기회 잊 치명적인 위기 요인을 실시간 포착하고 그 민감도에 따라 적시에 정확한 대상에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인 대응 체계는 이렇다. 계약 결재 사흘 전(5월18일) 소셜홀딩스에서 작성한 ‘MBC 소셜 미디어 대응 자문 Proposal(제안)’ 문건을 보면 ‘홍보와 대응 스토리 작성’(MBC) ‘우호 트위터 자동 수집’(위키트리) → ‘허브 사이트에 집적’(위키트리) → ‘우호 트위터 계정 또는 보유 계정으로 전파’(MBC) 등으로 역할 분담이 짜여 있다.

▲ 위키트리 지배사 소셜미디어가 만든 용역 제안서.
▲ 위키트리 지배사 소셜미디어가 만든 용역 제안서.

‘실시간 대응 시스템’으로는 트위터상 MBC 관련 이슈 발생 실시간 포착 → 민감도·확산 속도 측정 및 RT(리트윗) 추이 파악 → MBC 실무 책임자에게 SMS·메일로 관련 내용과 계정 정보 등 통지의 과정이 있다. 제안서 앞에는 ‘Confidential’(기밀)이란 표시가 달렸다.

노조 파업을 구체적으로 겨냥한 듯한 대목도 보인다. 해당 제안서에서 위키트리 측은 ‘상시적인 이슈 대응 플랫폼’ 예산을 안내하며 “MBC의 경우 ‘특수한 상황’으로 위기대응 횟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했다. 당시 MBC 사측 입장에서 특수한 상황을 ‘노조 파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위키트리 지배사 소셜미디어가 만든 용역 제안서.
▲ 위키트리 지배사 소셜미디어가 만든 용역 제안서.

실제 용역 대금은 2억5000만 원 규모로 이용마 기자가 언급한 ‘6000만 원 착수금’을 뛰어 넘는다. △소셜미디어 허브 구축 6000만 원 △실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 및 운영 1억 원 △상시적인 이슈 대응 플랫폼 운영 9000만 원(3000만 원씩 3개월) 등이다. 계약서엔 ‘기밀 유지’ 조항도 있다. ‘갑’과 ‘을’은 본 계약기간은 물론 종료 후에도 상대방이 제공한 비밀 등을 상대방의 사전 서면 승낙 없이 제3자에게 누설, 공개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진숙 후보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2012년 MBC 파업 당시, 위키트리와 있었던 계약 내용을 설명해달라’는 질의에 “언론노조 MBC본부의 장기파업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언론 위기관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훈기 의원은 “이진숙 후보가 인위적인 온라인 여론조작을 벌이려 했다는 의혹의 실체가 계약서를 통해 확인됐다”며 “자유로운 공론장에 용역업체를 동원해 인위적인 댓글작업 등 여론조작을 의뢰한 건 그 자체로 위법성이 크다. 언론에 알려진 대로 용역업체에 가상계정 생성을 통한 여론조작까지 요청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행위를 청부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는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포기한 것이며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을 보장해야 하는 방통위원장으로서 심각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나 이제라도 고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자신이 탄압하고 음해했던 후배 언론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미디어오늘·뉴스타파·시사인·오마이뉴스·한겨레

취재 : 박재령(미디어오늘), 박종화·연다혜(뉴스타파),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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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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