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외쳤지만… 韓, 용산과 협치의식해 특검 신중모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오른쪽)가 2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가지고 국회를 예방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맞이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된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검찰조사’ 논란과 ‘제3자 채상병 특검’ 등의 입장에 대해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한 대표는 전대 당일(23일) 저녁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과 만나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논의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 대표가 강조해 온 ‘국민 눈높이’와 관련된 사안들로, 새 지도부의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한동안 이를 보류하거나 일정 수준 당내 반(反)한동훈 세력과 타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23일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여의도 모처에서 친한계 의원 10여 명과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 대표의 선거 운동을 도운 당내 인사들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장동혁·진종오 의원과 3선 송석준, 재선 김형동·박정하·배현진·서범수 의원, 초선 김소희·김위상·유용원·정성국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사실을 전하며 “대통령께 먼저 연락드렸는데 만남이 성사됐다”면서 “앞으로 관계를 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들이 박수 쳐주지 않으면 안되니 국민 보고 열심히 하자”며 “대통령실과도 치열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신임 지도부가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를 마친 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

특히 그동안 대치 관계를 형성해 온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대해서 맞서지 말자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는 여당이 용산과 각을 세울수록 국민 지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당내 반한 세력과의 다툼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채상병 특검’에 대해 ‘제3자 채상병 특검’을 수용한다면 추진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또 최근 불거진 검찰의 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 논란을 두고도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해 당내 강한 반발을 받아왔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전대 이후 한 대표가 측근들에게 대통령실과의 협치를 위해 당분간 신중 모드로 가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또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한 대표가 신임 당대표로 당선 직후 곧바로 ‘한동훈 특검법’을 상정한 데 대한 대응차원에서도 대통령실과의 관계 개선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범여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아직 용산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도 여당 대표로 당선된 직후 윤 대통령에게 전화한 것 아닌가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