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도시의 기피 시설 중 하나인 ‘하수처리장’을 주민 친화적인 시설로 복합 개발하거나 그 역할에 따라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설을 함께 짓는 방안이 연구기관으로부터 소개됐다.
LH토지주택연구원(이하 LHRI)은 23일 포커스 발표를 통해 하수처리장 부지를 활용한 방안들을 소개했다. 지하화를 통해 상부에 복합개발을 꾀하거나 처리한 하수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그 방안이다.
◇ 지하화 통해 복합개발
언급된 방안 중 하나는 바로 하수처리시설 지하화를 통한 상부 복합개발이다. LHRI 측은 먼저 △용인 수지레스피아 △안양 새물공원 △하남 유니온파크 등 한국의 사례와 일본의 사례를 검토했다.
먼저 국내 케이스는 시설을 지하화했을 경우 하수처리장 주변에 상업시설, 주거지 등 다양한 건축물을 입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이어졌다.
기존 하수처리장 부지는 운동시설과 공원 위주로 채워 넣었다. LHRI 측은 이에 걸맞은 △문화시설 △도서관 △실내체육시설 등 다양한 시설 도입이 필요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수익형 시설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경우 도쿄도 시나가와 시즌테라스 사례를 검토, 환경기초시설 상부에 상업시설 등의 복합개발을 통해 하수처리시설 현대화와 도시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거뒀다고 LHRI 측은 설명했다.
다만 하수처리시설 지하화의 경우 제한된 밀폐공간에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하기에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LHRI 측은 전했다.
지하는 확장성이 지상보다 떨어지며, 높은 습도로 인해 금속제품의 부식이 빠르고 전기 시설의 고장이 자주 발생하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수처리시설 지하화 설계비는 난이도를 고려해 지상에 비해 1.3배 보정계수를 적용하고, 공사비는 1.1배에서 1.5배, 운영비는 지상에 비해 116.4%로 다소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설계·공사·운영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하화가 제언 되는 이유는 주변 주민들의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이 하수처리장으로 인한 가장 큰 불편은 악취이며, 거주민의 삶 저하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그 뒤를 이었다.
◇ 데이터센터 등 시너지 낼 수 있는 시설 도입도 고려해야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상부를 공원 등으로 복합개발 하는 방안도 있으나 하수처리시설과 결합해 도시 기피 시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발전시설’의 도입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LHRI 측의 제언 중 하나가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 관리, 처리하는 시설로 클라우드 서비스, 웹사이트 호스팅, IT 인프라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지난 2022년 기준 국내에서 160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어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와 전력 품질이 양호해 데이터센터 입지에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해 직접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등 앞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필요와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LHRI 측의 설명이다
다만 데이터센터를 도입할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먼저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서버와 데이터 저장 장치(스토리지)를 가동하고,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전력 소비가 매우 크다.
또한,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정보 자원의 데이터센터 집중화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급증해 고용량, 고밀도화된 서버를 냉각시키는 냉방 시스템 적용을 요구로 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가 하수처리장에 입지할 경우 처리된 방류수를 냉각수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게 LHRI 측의 입장이다.
LHRI 측은 미국의 기업 아마존을 예로 들며,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쇼핑몰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마존은 20개의 데이터센터의 냉각에 필요한 물을 기존 상수 대신 처리된 하수를 사용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안산에 설치된 카카오 데이터센터는 물을 이용하는 냉각시스템을 적용하고 빗물을 활용하는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며 “국내외의 동향을 고려했을 때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은 점점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며, 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되는 수만 톤의 방류수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같은 방안들이 제언 됐음에도 그 한계는 있다는 게 LHRI 측의 설명이다.
LHRI 측은 “복합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선 공사에 소요되는 재원 확보가 우선돼야 하며, 공공예산을 투입할 것인지 민간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인지 고려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도 “관련 제도 뿐만 아니라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에 관한 깊이 있는 검토가 수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