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안 치면 간첩인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온 사회자 발언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가 열렸다.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개회 선언을 앞두고 ‘지역별 함성 시간’이 시작됐다. 사회자로 나선 양종아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과 김병찬 전 KBS 아나운서가 차례로 지역을 호명하면, 해당 지역에서 온 지지자들이 함성을 보내는 식이었다.
“광주, 전남 광주!”
“충청도, 충청도 박수!”
“강원특별자치도 박수!”
“인천 박수!”
“경기 박수!”
“부산 대구 경남 경북!”
“서울 박수!”
그러던 중 김 전 아나운서가 “지금까지 박수를 치지 않은 분들이 꽤 계십니다. 이분들은”라며 의문을 표했고, 양 선관위원이 “어디서 오셨을까요?”라고 호응했다.
이어 김 전 아나운서가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어떤 간첩이라던가”라고 말했고, 양 선관위원이 “아 그래요? 전라북도? 따로 (호명)해야 되나요?”라고 한 뒤 ‘전라북도’를 외쳐 함성을 확인했다. 앞서 전라북도는 호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자들이 호응할 수 없었던 것.
해당 발언 이후 김 전 아나운서는 “지역감정, 혹은 뭐 어디 세력을, 앞뒤를, 등위를 정하나 이렇게 오해하실 수 있는 거 같아서 바로 잡는다.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박수 안 친 분은 다른 데서 올 수도 있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양 선관위원은 “불편하셨다면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수 치지 않은 사람은 간첩’, ‘간첩은 전라북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망언이다. 뼛속까지 잘못된 인식을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병도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박수치지 않은 사람은 간첩이라니요. 전북도민은 국민이 아닙니까”라며 “더욱이 전당대회에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온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180만 전북도민을 비하한 국민의힘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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