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축공사 과정에서 ‘발코니 확장공사’를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착각하고 공사대금을 산정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신세계건설이 뒤늦게 부과된 세금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법원은 신세계건설이 납부한 세금 일부를 LH가 책임져야 한다고 보고 공사대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동빈)는 지난 10일 신세계건설이 LH와 특수목적법인(SPC)인 A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LH와 A업체는 5000만원과 약 3억17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밝힌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신세계건설은 2015년 LH로부터 한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공사 기간은 2015년 4월부터 2017년 10월까지로 총 공사대금은 1152억원에 달했다. 이 공사와 함께 무주택 서민가구를 지원하는 공공임대 리츠 사업 담당 A업체와도 총 공사대금 815억원가량의 계약을 체결했다. A업체는 실질적으로 LH 공사를 관장했다. 각 공사는 국민주택규모(주거전용면적이 1호 또는 1세대당 85㎡ 이하인 주택) 이하의 주택 건설공사로 진행됐다.
신세계건설과 LH 등은 공사를 발주하고 대금을 산정하면서 발코니 확장 공사비를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봤다. LH는 발코니 확장 공사가 수분양자에게 무상 공급되므로 과세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입찰공고를 냈고, 신세계건설은 입찰 내역 기준으로 수주 및 대금 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세무 당국이 신세계건설에 발코니 확장 공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신고를 누락했다며 해명자료 제출 안내문을 보내자 2020년 약 14억원의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납부했다.
신세계건설은 이미 부가가치세 일부를 보존해달라는 취지로 이듬해 7월 LH와 A업체 등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H 등은 부가가치세 착오로 공사대금이 적게 책정됐더라도 차액을 추가 청구할 수 있다는 약정이 없고, 준공일로부터 소송이 제기된 2021년은 공사대금채권 소멸시효 3년이 지났으므로 관련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3년간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LH와 A업체가 신세계건설에 부가가치세 일부를 공사대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 앞서 조세심판원과 법원은 발코니 확장공사에 대한 과세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신세계건설과 LH 등이 발코니 확장 공사에 부가가치세가 과세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를 공사대금에 포함해 지급하기로 약정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LH와 A업체는 신세계건설에 돈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세계건설이 세무 당국으로부터 해명자료 제출 안내문을 받은 날부터 소멸시효 기산일로 봐야 한다”며 “안내문이나 부과 처분이 있기 전까지 당사자들 모두 액수 등을 알 수 없어 부가가치세 관련 액수를 확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건설사와 세무 당국, 소비자와 건설사 사이에 발코니 확장공사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지 논쟁이 과거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며 “판례는 국민주택규모 아파트라도 발코니 확장공사가 별개의 과세 용역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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