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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 회장 불안한 말바꾸기…보석 신청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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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기사들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해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보석 신청 허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허 회장은 구속 직전까지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발로 뛰었던 만큼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주춤 했던 그룹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보석 신청 허가를 위해 허 회장은 혐의를 일부 시인하며 자세를 낮췄다. 다만 허 회장과 함께 구속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의 진술이 앞서 밝힌 내용과 엇갈리며 진술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 뉴스1
허영인 SPC그룹 회장. / 뉴스1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조승우)는 허 회장과 황 대표 측으로부터 보석 여부 결정을 위한 의견서를 받아 보석 여부를 추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황 대표와 허 회장은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요청해 각각 7월 4일, 7월 9일 보석 심문을 받았다. 허 회장 측은 증거 인멸 우려가 없으며 75세 고령인 허 회장의 심장 부정맥, 공황장애 등 건강을 사유로 들었다. 황 대표 측 역시 구속영장 발부 이후 대장염 등 건강 문제를 이유로 보석을 요청했다.

허 회장은 보석 허가 신청 이후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허 회장은 그동안 혐의를 부인했지만 보석을 요청하며 “탈퇴 종용 상황을 챙겼다”고 말해 처음으로 혐의 일부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황 대표 역시 말을 바꿨다. 그의 진술 번복은 허 회장 주장과 반대되는 발언이었다.

그는 노조 탈퇴 종용 등 행위에 대해 조사 당시 허 회장의 지시 사실을 부인하다 구속 이후 허 회장의 지시로 했던 일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종용이 아닌 설득과 권유였다”고 주장했다.

이후 황 대표는 진술 번복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7월 19일 허 회장의 4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그동안 주장해 온 사실관계에 대한 시점이 엇갈리는 진술을 하며 그동안 발언에 의문이 들게 했다.

황 대표는 2021년 1월 말 허 회장에게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시기 노조의 시위는 없었다.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코로나19로 2021년 1월 말까지 시위가 없다가 2월 6일 시위를 시작했다”며 “1년 4개월간 시위가 없었다”고 말했다. 시위가 없었던 시기에 갑자기 허 회장이 노조 시위 관련 지시를 했다고 진술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황 대표는 앞서 검찰 조사 당시 진술과 다른 발언을 하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대표는 검찰 조사 당시 설 연휴인 2월 11일 관련 내용을 임원들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공판에서 2021년 1월 말 허 회장의 노조 탈퇴 종용 지시를 받은 뒤 2월 4일 경영회의 때 임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했다고 말을 바꿨다.

또 황 대표는 허 회장 지시를 임원 회의에서 전했다고 진술했다. 회의 참석 임원의 이름도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회의 참석 대상자가 아닌 일부 임원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진술해 의문이 들게 했다. 

더불어 황 대표는 민주노총 조합원 탈퇴 진행사항을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주말을 포함해 매일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3월 22일부터 4월 22일까지 미국에 장기 출장 중이었다.

황 대표는 날짜, 임원 관련 진술 등에 대해 착각으로 잘못 진술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허 회장에게 노조 조합원 탈퇴 지시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보석 허가 신청 전후 이뤄진 허 회장, 황 대표의 혐의 일부 시인은 구속 초기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모습과 다른 행보다. 특히 허 회장의 혐의 부인에도 황 대표가 회장 지시를 받았다고 시인한 점과 사실관계 진술이 엇갈린 황 대표의 발언이 보석 허가 신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검찰 측은 허 회장의 증거인멸과 진술 번복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허 회장 측 변호인은 7월 9일 열린 허 회장에 대한 보석 심문에서 “황 대표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이 사건과 관련한 진술이나 증거 조작을 하라 한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허 회장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지금도 발견되고 있다”며 “보석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허 회장이 구속 이후 80일간 변호사 면회를 133회나 했다며 증거 인멸을 우려했다.

허 회장은 보석 허가가 내려질 경우 경영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법원에 보증금을 내고 풀려나는 보석 제도는 취소 사유가 없는 한 석방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일상 활동이 가능하다. 허 회장이 보석으로 구속을 면할 경우 SPC그룹의 경영 공백 우려를 지울 수 있다.

허 회장은 구속 전까지 해외 사업 확대 등 경영현장을 직접 챙겼던 만큼 보석 허가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허 회장은 구속 직전인 올해 3월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 최고경영자(CEO) 마리오 파스쿠찌(Mario Pascucci)와 직접 만나 사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허 회장과 황 대표 등은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 570여명을 상대로 노조 탈퇴 종용이나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 주는 형태의 부동노동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4월 21일 구속됐다.

이후 SPC그룹은 경영 공백 상태에 빠졌다. 허 회장의 경영 공백 외에도 올해 3월 SPC 강선희 대표의 사임과 4월 허 회장과 함께 구속된 황재복 대표 등 최고 결정권자들이 잇따라 자리를 비우게 됐다.

그 사이 허 회장의 차남 허희수 비알코리아전략총괄임원(그룹 부사장)이 경영현장에 나서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허 부사장은 7월 15일 서울 강남구 ‘워크숍 바이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 행사에 직접 참석해 “기업 이미지를 바꾸겠다”며 “그동안 많은 오해를 받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많이 성장해 더 좋은 기업,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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