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권태선 이사장 감사 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무처 직원들에 대해 법률 대응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마지막 회의에 참석한 방문진 이사진은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선 김기중 등 야권이사 5인 발의로 경찰 수사에 대한 직원들 보호 방안이 논의됐다. 앞서 서울특별시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0~11일 방문진 사무처 직원 3명을 권태선 이사장 등에 대한 감사원법 위반 사건 피의자(1명) 및 참고인(2명)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사건은 2022년 11월 공정언론국민연대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의 국민감사 청구로 개시된 감사가 발단이 됐다. 감사원은 권 이사장이 MBC 관련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감사를 방해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의 출석 요구는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경찰서가 서부지검으로부터 관련 사건을 넘겨 받은 지 1년 만에 처음이다.
김기중 이사(야권)는 안건 발의 이유에 대해 “이사회는 감사원 요구 자료 제출 여부에 대해 오랜 시간 회의했다”며 “감사원 요청 자료 중 국민감사 청구와 무관한 것으로 분류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방문진이 보관하고 있지 않은 MBC 자료는 감사원이 MBC에 직접 요구해야 하며 나머지 자료는 모두 제출한다고 결정했다”고 했다.
김 이사는 “서울경찰청이나 감사원이 문제 삼고 있는 사항은 모두 이사회에서 한 결정이며 직원들은 그 결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다. 직원들에게 그 책임을 돌릴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서울경찰청이 직원을 피의자로 조사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했다. 아울러 “직원이 이사회 의결 사항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것과 관련해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엔 방문진이 법률 또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선임해 조력을 받게하거나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등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환 이사(여권)도 “직원들이 이사회 의결에 따라 처리한 것이므로 직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이사 9인 전원 동의로 이사회는 직원들에 대한 법률적 대응이나 조력이 필요할 경우 방문진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회의는 오는 8월12일 임기가 끝나는 12기 방문진 이사회의 마지막 회의였다. 권태선 이사장(야권)은 회의를 마치며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는데 MBC 구성원들이 잘 돌파해나갈 거라 생각한다”며 “새로운 방문진 이사로 MBC를 사랑하는 분들, MBC를 공영방송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권 윤능호 이사는 “시원섭섭하면서도 무거운 마음이 드는 건,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 MBC를 흔들고 다시 예전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 집요한 시도들이 계속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MBC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지혜롭고 용기있게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잘 극복해나가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박선아 이사도 “3년 임기를 채우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언론인들이 더 자부심을 가지고 소신에 따라 방송을 만들고 직을 영위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여권 이사들은 MBC의 공정성을 언급했다. 차기환 이사는 “방문진 이사를 두 번 하고 보궐 임기도 하면서 보도의 공정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됐다. 나름대로 그 문제에 대해 노력해보려 했는데 미진한 점도 있었다”며 “MBC가 보도 공정성 등을 좀 더 고민해서 많은 국민들에게 지지받는 방송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성우 이사도 “지난 3년 동안 MBC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달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좀 더 열심히 치열하게 했어야 하는 부분이 없지 않나라는 반성도 한다. 미진한 부분에 대해선 다음 기수 이사회에서 MBC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노력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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