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노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중국이 정년 연장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현재 중국 정년 연령은 남성 60세·여성 50세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성평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청년 실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오히려 일자리 수를 줄인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23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지난 18일 폐막한 공산당의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결정문에는 “자발성과 유연성의 원칙에 따라 법정 정년을 점진적으로 늦추는 개혁을 꾸준하고 질서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대목이 담겼다. 중국 지도부가 처음으로 정년 연장을 공식화하고, 관련 원칙을 명시한 것이라고 제일재경은 설명했다.
중국 정년은 남성 60세, 여성 50세다. 여성 간부의 경우 55세까지 5년 더 일할 수 있지만, 간부의 기준이 모호해 55세까지 채우는 여성은 많지 않다. 이러한 정년 연령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50년대 정년이 법제화될 당시 기대 여명이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남녀 간 정년이 다른 것도 당시 여성 기대 여명이 50세에 불과했던 데다, 1인당 자녀 수도 평균 6명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법정 정년이 50세에 불과하다 보니 중국에서 일하는 여성 중 상당수는 40대 후반부터 은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년 전부터 정년을 연장하고 남녀 간 차이를 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지금 중국 정부가 움직이는 것은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인구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연간 출생 인구 역시 2년 연속 1000만명을 밑돌았다. 특히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의 21.1%를 차지했다. 2035년이 되면 32.7%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는 최근 12년 사이 중국 노동연령인구와 총인구가 모두 정점을 찍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력 저하, 노인 돌봄과 연금 지급 확대로 인한 비용 부담에 부동산 수요 하락 등 사회 곳곳이 영향을 받게 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19년 중국 사회과학원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주요 도시의 국가 연금 기금이 2035년에 고갈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금 지불 비용은 지방 정부 재정의 주요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각 세대, 계층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펑진 푸단대 교수는 “정년 연장은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일부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며 “근무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50세 이후 임금은 낮게 유지되고 성장 잠재력도 제한되는 까닭에 그들은 조기 은퇴하고 연금을 더 빨리 받는 쪽을 선호한다”라고 했다. 극심한 실업률을 겪고 있는 청년층 역시 정년이 연장될 경우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어 반기지 않고 있다.
중국 정년 연장 논의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3중전회에서 법정 정년을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늘릴 것인지 명시되지 않은 데다, 연장 기준으로 자발성과 유연성이 등장한 만큼 해석이 제각각일 수 있어서다. 장잉화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사회보험연구센터 연구원은 “자발성과 유연성의 원칙에 따라 개인 의사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