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 김범수, 한때 시총 75조 대기업으로 키워
말로는 험난…카카오, 역대급 위기에 직면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롤모델이자 ‘흙수저 신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23일 구속되면서 역대급 위기에 직면하면서다.
말로는 험난하지만 김 위원장의 과거는 그 누구보다 화려했다. 그는 네이버(
NAVER) 창업자 이해진 의장 등과 함께 벤처 1세대를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삼성SDS에서 유니텔을 만든 그는 삼성을 떠나 1998년 한게임을 설립한 뒤 이해진의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만들었다. 이후 NHN을 떠난 김 위원장은 2010년 카카오톡을 세상에 선보이며 ‘연쇄 창업가’의 대표주자가 됐다.
이후 성장 속도는 눈부셨다. 카카오톡 기반으로 성장 틀을 갖춘 카카오는 2014년 ‘다음’ 합병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계열사를 늘려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63개였던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해 4월 기준 147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기업 중 SK그룹(198개)에 이어 두 번째로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김 위원장은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당시 김 위원장 재산은 약 15조원이었다. 카카오는 재계 순위도 쭉쭉 상승해 지난해 기준 15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역시 2021년 6월 기준 75조원까지 오르며 그야말로 ‘카카오 제국’이 완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속된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 임직원 리스크 등은 카카오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매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타를 맞는 등 ‘국감 단골손님’이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이후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21년 6월 장중 17만원 선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현재 4분의 1 수준도 못 미친다. 전날 종가 기준 카카오 주가는 4만1050원이다. 시가총액은 18조2034억원이다.
위기의식이 커진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같은 해 11월 카카오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조직 정비에 나섰다. 이후 업계에선 구체적인 성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조직 감량 차원에선 현재 계열사를 124개로 줄이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카카오에 드리우는 사법 리스크와 김 위원장의 구속은 한동안 카카오 성장을 짓누를 공산이 크다.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면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권자 부재로 M&A(인수합병) 투자 및 신사업 진출, 계열사 IPO(기업공개) 등이 당분간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 동력이 절실한 카카오에 뼈아픈 대목이다.
한편 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김 위원장은 구속 상태로 최장 20일간 수사를 받는다. 검찰은 김 위원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시세조종 지시와 관여 여부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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