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HBM3E(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엔비디아 공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공정라인이 한정된 가운데 삼성전자가 HBM 물량을 늘리면 상대적으로 범용 D램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지속 상승하는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체 중 가장 큰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HBM 생산에 집중할수록 메모리 업계 전반에 이익 개선 효과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31일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 입에 주목하고 있다. HBM3E 관련 엔비디아 품질 인증 통과 및 공급 여부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만과 중국 외신은 삼성전자가 HBM3E 관련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HBM3E 대량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HBM3E 양산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연내 HBM3E 인증과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특히 엔비디아가 최근 AI용 GPU인 ‘블랙웰’ 주문량을 늘린 것이 삼성전자의 HBM 공급 임박설에 힘을 싣어주고 있다. 엔비디아는 하반기 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해당 제품의 주문량을 당초 계획보다 25%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캐파로는 물량 증가가 쉽지 않아 삼성전자의 HBM 납품이 임박한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3사 가운데 가장 큰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 공급망 파트너 중 일부는 최근 HBM3E 제품을 가능한 한 빨리 주문하고 용량을 예약하라는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의 HBM이 하반기 원활하게 출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HBM3E 엔비디아 납품은 메모리 업계 전반에 실적 상승의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2025년까지 HBM 물량을 완판했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업계선 HBM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이 2025년까지 수요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HBM 수요 증가가 범용 D램 가격 상승을 이끈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공정라인은 한정돼 있는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 추가되면 상대적으로 범용 D램 출하량이 줄어 D램 가격이 뛸 것이란 분석이다. D램 평균 가격은 올해 53% 상승하고, 내년에도 25%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HBM 공급 확대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 효과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전체 D램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범용 D램은 가격 상승 지속에 따른 하반기 실적 개선 효과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 수요 증가는 하반기 낸드 흑자 규모를 확대시킬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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