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완판에 실패했다. 모회사인 롯데케미칼 지원없이 홀로 채권시장에 나선데다 우발채무 부담 등 재무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이 패착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완판 실패로 롯데건설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도 자금 조달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졌다고 우려한다.
부정적 재무여건에 나홀로 도전이 패착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7월 19일 총 1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 예측에 나섰으나 완전 판매에 실패했다. 롯데건설은 1200억원 규모의 1년 6개월물과 300억원 규모의 2년물로 나눠 수요 예측을 진행했으나 그 결과는 1년6개월물에 570억원, 2년물에 200억원 등 총 770억원 규모의 매수 주문이 접수돼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업계는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건설채 투자 심리 악화를 꼽는다. 특히 롯데건설의 우발채무 규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 위험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롯데건설의 낮아진 신용등급도 이유다.
우발채무가 늘어난 상황에서 롯데건설의 신용 등급은 더 낮아졌는데, 이 점이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모기업의 지급보증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롯데건설은 2월 2000억원 규모의 2년물 발행에 성공했다. 당시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은 현재와 같은 A+(부정적)이었다. 이번과 다른 점은 롯데케미컬이라는 모회사의 보증여부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이 신용등급을 보강하기 위해 모회사의 지급보증 찬스를 이용한다. 당시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지급보증 덕분에 AA(안정적) 등급을 부여받았다.
이번에 롯데건설이 지급보증을 받지 못한건 롯데케미컬의 재무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지난 1분기 135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이번 2분기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신용평가 3사는 롯데케미칼(AA)의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롯데건설은 “경영 여건이 개선돼 단독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롯데케미칼의 자금 여력도 넉넉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롯데건설 단독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추가청약서도 완판 어려울 듯…PF 우발채무 규모 4.8조 부담 커
완판에는 실패했지만 롯데건설은 추가 청약을 거쳐 물량을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공모 희망 금리 수준은 1.5년물은 5%~5.6%, 2년물은 5.1%~5.8%의 고정금리를 제시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으로 인수단은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 청약에서도 롯데건설은 완판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힌다. 주된 이유는 건설채 자체의 시장 매력도가 떨어지는 데다가 롯데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 규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PF유동화증권 차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재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현재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6월 말 기준 4조8945억원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도급사업 관련 미착공과 저조한 분양률 사업장’의 PF우발채무는 2조7832억원에 달한다. 또 올해 1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PF보증금액은 6조48억원이다. 지난해보다 6.5% 늘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양경기가 저하된 상황에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높은 우발채무 현실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며 “올해 초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증권사와 ABCP 매입펀드를 조성하는 등 유동성 대응력은 이전 대비 강화됐으나 ‘도급사업 관련 미착공 및 저조한 분양률 사업장’ 관련 약 9000억원 규모의 PF 우발채무가 1년내 차환이 요구되면서 단기적인 차환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산업의 어두운 전망도 완판 실패에 힘이 실리는 요인이다.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사업정 저하와 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수요 위축 등 건설업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2022년에서 2023년 연평균 건설투자 규모는 259조원으로 2018년에서 2021년 연평균 267조원 대비 감소했다.
박주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롯데건설은 5.8% 수준의 고금리에도 완판을 못했다”며 “우발채무가 많고 PF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태라 이번 도전이 성공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 건설경기도 나빠진 상태에서 롯데케미칼 지원없이 도전하는 것은 금리 인상 등 더욱 조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롯데케미칼 등이 롯데건설에 자금을 많이 빌려준 상태인데, 완판 실패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완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업황이 악화되고 있고, 요즘 아파트 부문에서도 수주가 많지 않은 상태다”라고 분석헀다.
그는 이어 “롯데그룹 전체 신용등급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며 “롯데건설의 자체 신용등급이 A+수준인데 투자자들이 1% 이자를 더 받자고 나설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개인투자자는 애매할수록 더 나서지 않는 성향이 있어 위험부담이 있다”며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어 미리 회사채를 매수하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