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전국 대부분 학교가 여름방학 기간에 들어갑니다. 길지 않은 여름방학인데 학부모들은 방학 한 달여 전부터 ‘클릭’ 전쟁에 빠집니다. 각자 여름방학 계획은 다르지만, 방학 기간 ‘얼마만큼 많은 활동을 확보해놨느냐’가 방학의 미래를 결정 짓는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엄마, 이번 방학 때 △△시설 수영 수업 같이 보내자. 빨리 신청해. 지금 몇 자리 안 남았어.”
방학을 약 한 달 앞두고 아이 친구 엄마들은 방학 일정 세우기에 돌입했습니다. 지역 구청·도서관·주민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방학 특강 프로그램은 종류도 다양한데다 일반 학원에 비해 수업료가 저렴해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그래서 학원 시간 외에 남은 시간을 이러한 방학 프로그램으로 꽉 채우는 학부모들이 많은데요. 방학으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서로 만나서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인기 강좌의 경우 수강신청에 성공하기 위해선 온라인 오픈런이 기본입니다. 회사 일로 정신없이 바빠 수강신청 첫날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프로그램을 신청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신청하고 싶었던 지역 청소년수련관 프로그램은 7월초 모집을 시작하자마자 마감, 7월 중순 모집해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어린이도서관 프로그램도 금세 마감된 후였습니다.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영어캠프, 과학캠프 신청도 클릭 전쟁입니다. 구청에서 캠프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학부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본인 부담금으로 내는 방식인데요. 자치구가 지역 내 대학교나 영어 또는 과학 전문학원과 손을 잡고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격대가 높은 사교육기관의 방학 캠프를 못 보낸 학부모들의 관심이 특히 높습니다.
예컨대 최근 서울 동작구가 모집한 ‘동작형 리스닝 영어캠프(2주)’는 참가비 총 90만원 중 30만원만 본인 부담이고 60만원이 구비 지원이었습니다. 보통 유명 특목고나 국제학교, 어학원 등에서 진행하는 2~3주 영어캠프가 200~600만원 넘게 받는다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죠. 선착순으로 교육 대상을 선발하기 때문에 모집 기간이 열리는 시각 ‘클릭 전쟁’은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각 지역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미술관 체험 프로그램 신청도 방학 때가 되면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실제 일부 기관의 유명 체험 프로그램은 방학이 끝나는 시점인 다음 달 말까지 마감된 상황입니다.
앞선 공공시설의 방학 특강, 체험 프로그램 신청에 성공한데도 ‘이동’이 문제입니다. 차량 운행을 지원하지 않거나 혼자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저학년을 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이동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신청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공공시설에서 운영하는 방학 특강이나 체험 프로그램 신청에 실패한 맞벌이 학부모라면 선택지는 사실상 사교육 뺑뺑이뿐입니다.
물론 방학 기간에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엽니다. 다만 신청자가 많으면 무작위 추첨을 합니다. 학기 중과 달리 하교가 빠르고 급식이 나오지 않습니다. 학습지, 종이접기 등 실내활동 위주로 진행돼 ‘아이가 교실에 답답하지 않을까’ 고민도 됩니다. 사교육은 부모들의 이런 가려운 곳을 긁어줍니다. 아이가 혼자 있어야 할 오전과 오후 시간, 빠짐없이 학습과 놀이, 돌봄을 제공합니다. 배달 도시락으로 점심도 챙겨주기도 하고요. 매일 집으로 선생님이 찾아오는 방문 돌봄 서비스도 있습니다.
맞벌이 부모들이 방학이면 더 기를 쓰고 사교육을 찾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늘봄학교, 사교육 경감 대책 등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방학 내 돌봄·교육의 공백은 공교육과 지역이 메꾸지 못한 채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겨울방학은 좀 편안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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