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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가족 권리 보장이 아리셀 참사 해결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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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화재 참사 발생 한 달.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은 참사의 교훈을 제대로 되새기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유가족들의 이러한 주장이 과연 가족을 잃은 데 대한 단순한 하소연일까. 전문가들은 아리셀 참사와 같은 중대재해 사건의 피해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또다른 참사를 막는 첫걸음이라고 지적한다.

아리셀 중대 재해참사 대책위원회(대책위) 피해자권리보장팀에서 활동 중인 정경희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토론회’에서 “아리셀 노동자들은 이미 피해자가 됐다. 그리고 피해 가족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들의 권리가 잘 지켜질 때 이 문제가 해결되고 예방도 제대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재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될 권리가 피해자의 권리”라며, 이는 “사건을 초래한 각각의 행위에 책임을 묻고 (가해자를) 정당하게 처벌하며 피해에 대해 배보상을 요구해 정의를 실현할 권리,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받을 권리,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회복과 지원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모든 권리를 위해 피해자들은 모이고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에게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현장 합동조사나 재해조사가 피해 가족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피해 가족 추천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묵살됐다”며 유가족들이 재해 조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참여할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연대하고 조력 받을 권리도 침해받고 있다”며 “지난 6월 30일 피해가족협의회가, 7월 2일 대책위가 발족했다. 그러나 경기도 화성시는 협의회와 대책위를 인정하지 않고 유가족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7월 31일로 유가족에 대한 (화성시의) 행정 지원이 종료되는 데 대한 화성시장과의 면담이 내일로 예정돼 있다”며 “이 자리에도 (화성시가) 대책위는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피해자와 제대로 소통하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달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가족과 소통하며 “피해자 행정 지원을 축소, 종결하지 않고 아리셀이 교섭에 적극 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아리셀 화재 피해 가족들과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박순관 에스코넥 및 아리셀 대표,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 등을 고소,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희생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인 아리셀 참사의 배경에 ‘위험의 외주화’, 작은 사업장의 열악한 산업안전 환경, 위험물질 관리체계 미비 등 이주노동자가 아닌 이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지난 5월 기준 이주노동자 80% 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통계청 통계를 제시하며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문제는 중소 사업장 안전보건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재해의 77%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정부는 영세성 등을 이유로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면제해 준다”며 “기업은 회사를 쪼개기만 하면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를 만들거나, 하청업체에 위험 업무를 맡기려는) ‘위험의 외주화’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며,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는 더 위험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방부, 삼성SDI 등에 제품을 납품하는 에스코넥의 자회사인 아리셀은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 참사 희생자 23명 중 20명은 인력공급업체 메이셀을 통해 아리셀 공장에 고용됐는데, 아리셀이 하청 노동자를 위주로 위험물질을 다루는 공정을 운영하며 제대로 된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현재순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희생자들이 생산하던 리튬 1차 전지와 관련 “이미 위험물질로 지적돼 있었고, 군 내 폭발사고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도급 금지 대상 작업에 리튬 및 리튬화합물 작업을 추가하고, 화학물질관리법상 ‘사고대비물질’에 리튬을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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