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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하던 중 단속 경찰관을 발견하자 차에서 내려 도주한 50대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 운전자인 직장 상사 대신 동승자 부하 직원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허위 진술하면서 음주 측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4단독 강현호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5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범인 도피 혐의로 기소된 부하 직원 B(48)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1월16일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가 음주 단속 중인 경찰관을 발견하자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이후 직장 상사인 A씨 대신 운전석에 탑승한 B씨는 단속 경찰관에게 “내가 운전했다”는 취지로 답한 뒤 음주 측정에 임했다. A씨가 100m가량을 음주운전 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도피를 도운 것이다. 그러나 B씨가 두 달 만에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실제 운전자였다는 사실을 자백하면서 A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운전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면허정지 수치 이상인 0.048%로 계산했지만, 재판부는 음주 속도, 체질, 몸속에 남아있는 음식량 등의 요소가 배제됐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상으로 보더라도 A씨가 마신 술의 양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고, 운전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하강기에 이르러 처벌 기준치인 0.03%을 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운전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음주운전은 적시에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처벌이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B씨는 장기간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A씨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국가의 사법기능을 저해한 것으로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직장 상사가 갑자기 도망가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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