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득표율 ‘실종된 견제’ 입증하는 꼴
짙은 사당화…李 명운 달린 ‘양날의 검’
종부세 등 ‘정책 경쟁 주목도’ 하락
낮은 ‘중도층 기대감’ 대권가도에 위협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권리당원 투표부터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달성하면서, 전당대회가 끝난 후 민주당이 ‘사당화 비판’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책 논의의 장부터 실종된데다 지지층까지 한정되어 있어 이 후보의 대권가도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등에서 합동연설회를 열고, 해당 지역 권리당원이 투표한 득표율을 공개했다. 제주(82.50%·인천 93.77%)에서 누적득표율 90.75%를 기록한 이재명 후보는 이튿날 강원(90.02%)·대구(94.73%)·경북(93.97%)에서도 90%가 넘는 압도적 결과를 기록했다.
현 민주당을 “제왕적 총재 1인 정당”이라고 직격한 김두관 후보는 7.19% 득표율에 그쳤다. 청년 정치를 앞세워 도전한 김지수 후보는 1.11%였다. 이 후보의 압승 기류에 2년 전 전당대회에서 기록한 77.77%를 경신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문제는 사당화의 그늘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선출시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높이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 후보 지지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권리당원 특성상, 당헌·당규 개정이 ‘이재명 당대표 연임 맞춤형’으로 설계됐다는 비판이 이어져서다.
하지만 실제로 이 후보가 90%가 넘는 득표율로 ‘실종된 견제 체제’를 입증하게 되면서, ‘이재명 사당화’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금은 국민 비판 여론이 상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권에 쏠려 있지만, 전당대회가 마무리되고 이 후보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될 경우 ‘이재명의 민주당’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지율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인 민주당에도 압도적 득표율은 악재다. ‘이전투구’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공고해진 ‘이재명 일극체제’와 일방적 국회 운영 행보로 골수 지지층 외 중도층으로의 지지율 확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중도층 설득’이지만, 일극체제와 사당화 공세 수위가 거세지면 중도층의 표심을 가져오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과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면서 ‘건설적 정책 논의의 장’이 만들어질 기회조차 안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는 당초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종합부동산세 재검토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등 ‘우클릭’ 행보를 보여왔다. 여기에 김 후보가 “종부세 근본적 재검토와 금투세 시행 유예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라고 꼬집으며 ‘토론의 장’이 예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가 한층 더 공고해지는 상황 속 이 후보와 김 후보 간 정책 경쟁은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민주당 실무진은 “이 후보를 상대로 경쟁력 있는 정책을 내놓은들,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YTN 뉴스와이드에서 “민주당은 완전히 이재명 당”이라며 “전대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일극 체제라는 말이 아주 정확한 얘기”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이 후보는 이럴 때일수록 보다 더 몸을 낮춰야 된다”며 “90%는 너무 위험한 숫자다. 60:40 이렇게 가야지 안전한 숫자”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박근혜(준비된 대통령)·문재인(촛불혁명)·윤석열 정부(공정과 상식)에 이르기까지 정권 실패 및 지지율 저하의 원인은 모두 ‘집권 명분 역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 후보의 ‘자기모순’이 결국 당의 이미지와 지지율, 대권가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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