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직 사퇴에 세계 곳곳에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한 러시아 언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손잡은 세계 지도자들이 한 명씩 사라지고 있다며 “다음은 누구?”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평가를 하기도 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예전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며 “최근 몇 년 간 큰 결정이 있었는데 어려운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취한 과감한 조치로 기억될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감사할 것” 메시지를 남겼다.
러시아와 전쟁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곧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어, 적잖은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압력이 커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11월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평화회담에 러시아가 대표단을 보내야 한다고 밝히며 러시아와 협상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러시아 측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선거가 아직 넉 달이나 남았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특수 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밝혔다.
마리야 하자로바 러시아 외부무 대변인은 “(바이든의 후보 사퇴 다음 단계는) 그의 건강 상태를 숨기고 여론을 조작한 정당과 여기에 놀아나는 미국 언론과 정치권의 음모를 조사하는 것”이라며 내정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는 비외교적인 언행을 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이것은 그들(미국)의 이야기다. 러시아는 그들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며 “그는 가족과 건강을 우선시했고, 나이에 따라 건강이 약해져 대통령 출마는 고사하고 나라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평가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는 텔레그램 채널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을 포함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과 악수하는 사진을 게재하고 이들 사진에 X 표시를 한 뒤 “다음은 누구?”라는 게시물을 게재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거나 좋은 관계를 맺었던 해외 지도자들이 연이어 사퇴하거나 사망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드러낸 셈인데, 국가별 상황에 따라 지도자가 교체되는 기본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고인까지 거론하는 다소 무례한 태도라는 지적이 가능해 보인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해서인지 조심스러운 대응을 내놨다. 한국 대통령실은 “타국의 국내 정치 관련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내 지지는 초당적이며, 우리 정부는 한미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미 측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미국 국내 정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직접적 언급을 자제하겠다”며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가능한 한 최선의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싶다는 바람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호주-미국 동맹은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적 가치, 국제 안보, 경제 번영 및 기후 행동에 대한 약속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고 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그는 훌륭한 인물이고 그가 하는 모든 일은 그의 국가에 대한 사랑에 의한 것”이라며 “바이든은 캐나다 사람들의 파트너이자 진정한 친구”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으로 인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강력해지고 대서양 협력이 긴밀해졌다”면서도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인정받을 만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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