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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완패’한 이후 더욱 불거진 ‘고령·건강 리스크’의 벽을 넘지 못하고 107일 남은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 내외에서 불거진 사퇴 압박에 대해 반(反) 민주적이라며 완강히 버텼지만 TV 토론 이후 24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사건 이후 8일 만인 21일 결국 백기를 들었다.
◇최대 이유 81세 ‘나이’
그는 TV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얼버무렸고, 허공을 쳐다보거나 토론 주제와 상관없는 말을 하면서 고령에 따른 인지력 저하 논란이 제기됐다. 아울러 지난 17일 세 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은 그의 건강 문제를 재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TV 토론부터 이날까지 30여 명의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잇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잇단 인터뷰와 유세에서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대선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롭게 하는 사실상 해당 행위이자 당내 대선후보 경선 절차를 무시하는 반민주주의 행위인 당내 후보직 사퇴 관련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을 때 그 논의는 잠잠해질 것으로 보였다.
‘사퇴론’ 여론 형성을 주도해 온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에서 사퇴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그를 제외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없고, 전대 대의원 4600여 명 중 대다수는 투표 시기와 관계없이 1차 투표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우위 격차가 커지자, 당내 큰 영향력을 가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이 등을 돌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고립 상태에 빠졌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15~18일) 직전인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중 피격으로 다친 상황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세 번 ‘싸우자(fight)’고 외치면서 강한 지도자상을 보여준 것이 바이든 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대선뿐 아니라 동시에 치러지는 총선 패배론이 당내에 팽배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 ‘사퇴’ 권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단’의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경고’일 가능성이 있다.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해변의 바이든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민주당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참담한(dismal)’ TV 토론 이후 그의 대선후보직을 새롭게 시작할(turn the page) 준비가 돼 있다는 암울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NYT는 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35분 이어진 면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통령 업적’ 및 ‘나라의 미래’의 위기, 11월 5일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패했을 때 의회에 미치는 영향 등 3가지 요점을 설명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새로운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의 대법원 변화에 관해 생각해 보라고 권유했는데, 이는 상원 법사위원장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1주일이 더 필요하다”고 했고, 결국 이날 후보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당내 ‘사퇴’ 의견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거의 매일 바이든 대통령의 최고 참모들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정기적으로 대화했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펠로시 전 의장 등과 여러 차례 상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를 천명한 것은 TV 토론 후 24일 만이다. 이로써 29세 때 연방상원의원으로 시작한 50년이 넘는 정치 인생을 내년 1월 20일 새로운 대통령 취임 전날 단임 대통령으로 백악관을 떠나면서 마무리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했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성명을 리트윗하고, 진한 분홍색 하트 두개가 달린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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