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한 주 미국과 중국 양국이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대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양당 후보 진영이 격랑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중 총격 피습을 당했다.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가 예정된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발생한 테러는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총알은 빗나가며 오른쪽 귀 윗부분에만 상처를 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사조’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지지율이 상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반면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학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 사퇴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한 지 하루 만에 코로나19에 확진되며 유세를 접고 백악관으로 돌아와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첫 TV 토론에서 고령으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 논란 등에 휩싸이며 당 안팎에서 후보 교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 상승과 맞물려 바이든을 향한 사퇴 요구는 더욱 증폭하는 양상이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3기의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할 중국공산당 제20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가 열렸다. 더딘 경제 회복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나올지 전 세계가 주목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건국 80주년인 2029년까지 이번 3중전회에서 제시한 개혁안을 완성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연임을 예고한 것 정도가 뉴스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점을 꼽으면 중국이 현재 위기 상황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였다. 다만 중국이 얼마나 해결 의지가 있는지는 앞으로 나올 후속 조치로 판가름 날 것이다.
|
결과적으로 지난주 펼쳐진 ‘정치적 장면’은 미중 패권 경쟁이 시진핑과 바이든의 대결 구도에서 시진핑과 트럼프의 대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미 주요 2개국(G2)을 이끄는 두 지도자는 화끈한 1차전을 펼쳤다. 트럼프 1기 시절 미국은 대중 고율 관세를 때리며 미중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려 3000억 달러(약 417조 원)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인상했다. 중국은 보복 관세로 맞받아쳤다. 미국은 중국의 취약 분야인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동맹국과의 연합 전선으로 확대해 중국을 옥죄고 있다. 중국은 자신들이 틀어쥐고 있는 희소 광물의 수출 제한 등으로 저항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재집권 가능성이 커진 트럼프는 다시 한번 칼을 휘두를 태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선거 구호로 내건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 제품에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하고 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에서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전기차 등은 한미 동맹 강화 이후 미국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등 미국 투자를 늘려왔다.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바이든의 정책을 뒤집는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미 대선 결과를 속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미중 패권 경쟁은 지금보다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제는 물론 북미 관계와 대만에 대한 지원 등에 따라 동북아 안보 지형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미 대선에 앞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꽉 막혔던 한중 관계는 한일중정상회의를 계기로 풀리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