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집권 여당의 지휘봉을 쥔 한동훈 대표가 정치인으로서의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내다 총선을 앞두고 참패 위기에 놓인 여당의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가 4·10 총선 참패 성적표를 받고 물러났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통령실과 당내 교감을 바탕으로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됐지만 이번에는 자력으로 당원과 국민들의 선택을 받으며 대표에 선출됐다는 점에서 더욱 엄혹한 정치력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서울 현대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검찰 주요 요직을 거치며 ‘엘리트 검사’의 길을 걸었다.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굵직한 사건을 함께 수사하며 인연을 맺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꾸려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자 한 대표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으며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눈 밖에 나게 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2년여 간의 수사도 받았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자 첫 법무부 장관에 발탁된 데 이어 당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 데뷔전은 총선 참패라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험난했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거취 등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 등을 앞세워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통령실로부터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받았고,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식사 초청도 거절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터져 나왔다. 비대위원장 사퇴 103일 만에 여당의 키를 다시 쥐게 된 한 대표는 수평적 당정 관계 구축과 당내 통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윤 대통령과 신뢰하는 사이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소통에 자신을 보였다. 반면 비대위원장 시절 겪었던 당정 갈등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한 대표가 원외 대표로서 국회의원들을 이끌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 대표는 거야의 강행 입법에 맞서 당내 ‘단일대오’ 유지에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원내 지도부와 대야 전략을 함께 구상하며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한동훈 시즌2’가 흥행할 경우 총선 ‘패장’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정 갈등과 당내 분열 등으로 흔들리며 흥행에 실패하면 소수 여당의 원외 대표로서 입지는 줄어들고 대권 주자 경쟁력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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