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4조원 잭팟’으로 평가되는 체코 원전 수주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내년 3월 최종 계약까지 변수가 많은 만큼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체코에 특사단을 파견하면서 이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성태윤 정책실장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구성된 특사단을 체코에 파견했다. 특사단은 1박 3일 동안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특사단에는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 실무진도 함께한다.
이번 특사단 파견의 주요 목적은 체코가 신규 원전 건설을 대한민국에 맡긴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데 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사단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한 대통령의 감사 친서를 전한다”고 밝혔다. 친서에는 감사 인사뿐만 아니라 향후 양국 협력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 간 핫라인 구축 등 후속 조치 방안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체코는 지난 17일 밤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대한민국 한수원을 최종 선정했다. 유럽 원전 사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막판 경쟁 끝에 얻어낸 성과다. 체코 측은 한국 원전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에서 “한수원의 제안이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언급한 바 있다.
◇ 원전 생태계 복원에 총력
정부는 이번 체코 원전 수출이 우리 원전 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시켜 준 결과라고 평가한다. 특히 지난 2009년 UAE 바카라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추후 원전 수출 활성화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제2, 제3의 원전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전 산업을 국가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다분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전북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전 세계 원전 시장은 금액으로 한 1000조 원에 이른다고 미국 상무부에서 추정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 원전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해 많은 국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되고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정부도 잘 관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윤 대통령은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데 힘을 싣는 모습이다. 최종 계약 여부가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힘을 쏟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일주일 전보다 2.2%p 오른 34.5%를 기록했다. 체코 원전 수주 성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진행.)
이날 윤 대통령의 체코 특사 파견은 이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일종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책실장은 대통령실 내에서 원전 업무를 담당하는 최고의 수장”이라며 “앞으로 필요한 후속 조치에 대해 대통령실이 직접 챙겨나가겠다는 그런 의지를 담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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