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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우려” 예상밖 구속… 檢의 칼, 계열사 의혹도 겨눈다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구속되면서 검찰의 카카오 계열사를 향한 전방위 수사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재계 15위 대기업 오너의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를 인정한 법원 판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검찰이 김 위원장 최측근으로부터 핵심 진술을 확보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10개월여의 수사 끝에 김 위원장 신병 확보에 성공한 검찰은 최대 20일의 구속수사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상대로 SM 시세 조종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뒤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시도했지만 김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하면서 불발됐다.

현재 검찰은 카카오 계열사와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중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혐의도 포착한 바 있다. 카카오엔터가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김성수 대표 등이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주기 위해 고가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하게 해줬다는 ‘콜 몰아주기’ 의혹과 김 위원장과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투자금 1500억∼3000억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다.

김 위원장 측은 대형 로펌과 법원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 등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대처했지만 결국 검찰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시께 “증거 인멸·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하다가 구속됐다.

검찰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수백쪽 분량 PPT 자료와 1000쪽 이상의 서면 의견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구속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사이 메시지와 통화 녹취 등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김 위원장이 그룹 총수로서 카카오 임직원들에게 미칠 영향력이 매우 크고 같은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뒤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 중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 등과 물밑에서 교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선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상 리니언시(Leniency, 자진신고자 감면제)가 김 위원장의 영장발부에 핵심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니언시는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수사 혹은 재판 과정에서 법 위반 행위를 자진신고하거나 타인의 죄에 대해 진술 및 증언하는 경우 형사 처벌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부문 대표변호사는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이유가 바로 밑에 있는 핵심 관계자가 (리니언시를 노리고) 오너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김 위원장이 도망갈 우려는 없지만, 사안의 중대성이 큰 만큼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그러면서 “다만 구속 수사를 받더라도 추후 재판에서는 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며 “구속 기소를 하게 되면 수사는 이미 끝났으니 법원에서 보석 사유가 있는지 구속 재판을 할 필요가 있는지를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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