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야당은 이번주 내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 경영계 등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국회 등 발표를 종합하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단독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용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까지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최종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표결에 응하지 않고 퇴장했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설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노동3권 보장 등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해 온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이날 “(노란봉투법이) 특수고용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이 처한 긴박하고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는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종 입법 전까지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여당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법안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킬 것으로 보이고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며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고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정부와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행위를 만연하게 하는 것은 물론 노동현장의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노사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 국면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호소해 왔다”며 “그럼에도 야당은 경영계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21대 국회의 개정안보다 더욱 심각한 개악안을 강행처리하며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불법쟁의 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 문제의 절대다수는 폭력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 내용을 전혀 담지 않고 오히려 불법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쟁의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이번 개정안이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손배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 현실화된다면 산업현장은 사용자의 불법을 이유로 내세워 극단적인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현상이 만연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개정안은 노동조합법상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정부 역시 노란봉투법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환경노동위원회 의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은 무엇보다 우리 헌법과 민법, 노사관계 법·제도 전반에 걸친 원칙들과 심각하게 배치된다”며 “개정안은 특정 소수노조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노동약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어렵게 하는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개정안이 시행되면 파업 등 실력행사를 통해 노사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고착화되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며 “특정 소수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감면하고, 기득권을 강화하며 노동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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