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당 대표 후보가 20~21일 휴일을 이용해 지역 당원협의회 및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공=후보 캠프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추세가 전당대회 막판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당원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실언이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 후보는 현재 ‘정치적 정체성’이 여야 어디에 있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청구 확대, 인혁당 사건 피해자 과다 배상금 반납 지연이자 면제 등은 주도적으로 챙기면서도 정작 공수처 설치 법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검수완박법 등에 맞서 싸운 패스트트랙 사건 고소 취소 부탁을 ‘부당한 청탁’인 것처럼 호도했다며 한 후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스트트랙 사건 재판에 나경원 후보를 포함해 전·현직 의원, 당협위원장, 보좌진 등 20여 명이 5년 가까이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한 후보의 발언이 이들의 감정선을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한 후보 측은 1차 투표 과반승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당원 투표율(19~20일 40.47%)에 경선 막판 불어닥친 역풍에 당대표 결선 투표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결선 투표 여부를 판가름할 최대 변수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가 꼽힌다.
한 후보는 지난 17일 CBS 주관 방송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가 과거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한 후보의 폭로에 대해 나 후보는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한 후보는 이튿날 “신중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폭로 이틀 후인 지난 19일 SBS 주관 방송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나 후보님은 개인 차원으로 (공소 취소를)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국민의힘 출신의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한 후보를 겨냥해 “해괴한 법논리 내세웠다가 하루 만에 사과하고, 법무부 장관 하면서 유튜버들에게 지지 방송을 부탁하고 댓글부대 동원해 드루킹처럼 여론 조작 부탁하고 이거 소시오패스 아닌가?”라고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원희룡 후보도 21일 오전 울산 울주군 당원협의회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의 ‘공소 취소 부탁’ 폭로에 대해 “우리 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어려운 시절에 정말 힘들게 투쟁했던 그 기억을 아직도 생생히 갖고 있는 당원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아주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나경원·원희룡 등 당권 경쟁자 측에서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거라고 지적해도 ‘설마’ 그럴까 하는 반응을 보이는 당원들도 많았다”면서 “그러나 ‘공소 취소 부탁’ 폭로가 나온 후부터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상대가 인신공격에 집중할 때, 저는 여러분과 함께 미래로 가고, 그리고 화합하겠다”며 당원들의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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