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부터 시작된 장마철 침수 피해로 상추·깻잎 등 채소와 제철 과일 가격이 오르면서 ‘밥상 물가’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농가와 유통가에선 폭우·폭염의 반복과 장마가 끝나면 농산물 가격이 본격적으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솔솔 나온다. 정부는 농산물 공급량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 밥상 물가 상승을 조기에 차단할 방침이다.
21일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적상추 소매 가격은 100g에 2107원으로 일주일 만에 56.3% 올랐다. 한달 전(891원)보다 136.4%, 1년 전보다 16.5% 비싸다.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48.5% 비싼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추는 가락시장 반입량의 절반 이상을 재배하는 충남 논산, 전북 익산에 침수가 발생하면서 이달 출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채소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다. 상추와 함께 대표 쌈 채소인 깻잎은 100g에 2550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7.3% 올랐다. 이는 1년 전보다 11.7%, 평년보다 31.6% 각각 오른 수준이다. 깻잎 가격은 가락시장 공급량의 절반을 생산하는 충남 금산 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올랐다.
시금치는 100g에 1675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7.5% 상승했다. 시금치도 평년보다 53.5%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풋고추는 100g에 1508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2.3%, 1년 전보다 27.3% 각각 상승했다. 배추(한 포기·5092원)와 열무(1㎏·4404원)도 1년 전보다 각각 24.0%, 22.3% 올랐다.
일부 농가에서 침수 피해를 본 과채류 가격도 일주일 새 상승세를 보였다. 수박은 1개 2만1736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3.5% 올랐다. 이는 평년보다 7.5% 오른 수준이다. 참외(10개·1만5241원)는 일주일 전보다 13.9% 올랐고, 평년보다 5.6% 비싸다. 토마토(1㎏·4799원)는 일주일 전보다 2.5%, 평년보다 14.1% 올랐다. 다만 수박과 참외, 토마토 가격은 1년 전보다는 각각 1.7%, 6.5%, 6.3% 떨어졌다.
일각에선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도깨비 장마’ 등 이상 기후에 따른 불확실성에 채소 가격이 당분간 불안한 흐름을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식품부도 정체전선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장마 후 고온이 지속될 경우 채소류 생육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마 영향으로 병충해가 발생하면 과일 가격도 오를 수 있다. 고온 다습한 장마철에는 잿빛곰팡이병, 탄저병 등 병충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밥상 물가까지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4%를 기록해 최근 안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신선식품류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선 장마철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밥상 물가에 영향을 줄 만큼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현재까지 채소류의 경우 이달 호우로 깻잎 재배 면적의 9%(100㏊), 참외 5%(258㏊), 상추 5%(137㏊), 수박 2%(192㏊) 등이 침수됐으나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아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농식품부는 채소 등 농산물 공급량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밥상 물가 상승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매일 회의를 열어 농작물 품목별 주산지의 피해 상황과 복구 계획, 병해충 방제, 농가 현장 기술 지도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또 농작물재해보험 손해 평가를 조속히 마치고 재정식(재파종)을 지원해 농산물 수급을 조기에 안정시킬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장마 피해가 발생한 직후 농촌진흥청 기술 지원과 농협의 무이자 자금 지원 등 대책을 동원해 공급량 회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일부 품목의 경우 주산지에 호우가 집중돼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올랐지만, 밥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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