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잘라준 수박이 제일 맛있지요. 요즘 같은 성수기엔 하루에 500~600통의 수박을 깎습니다.”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 이마트 후레쉬센터. 조각 과일 생산장에 들어가자, 수박 깎는 작업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업자가 회전하는 수박에 절삭기를 대자 금세 빨간 속살이 드러났다. 탈피한 수박은 또 다른 작업자에 의해 갈라졌고, 큐브 기계에서 일정한 크기로 잘린 후 포장됐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9000~1만 통의 조각 수박 제품(600g)을 가공하고 있다. 가공된 조각 수박은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이마트 에브리데이 점포로 보내진다.
이마트는 2021년도부터 조각 과일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대형마트 중 자체 설비를 갖추고 직접 조각 과일을 가공하는 곳은 이마트가 유일하다.
이마트가 해당 설비를 갖추게 된 이유는 수박의 선호도가 떨어진 데 있다. 수박은 여름철 대표 과일이지만, 크기가 크고 껍질이 두꺼워 먹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전성기에 비해 매출이 줄고 있다.
반면, 조각 과일의 매출은 증가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1~6월) 조각 과일 매출은 24%의 신장률을 보였다. 조각 수박의 경우 600g 한 통의 가격이 7980원으로 통수박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음식물 쓰레기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각 수박은 매장에서 직접 깎아 팔거나, 외부 업체에 위탁 생산해 판매한다. 이마트도 처음엔 그런 방식으로 조각 수박을 취급했다. 그러나 위생이나 품질 편차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해당 설비를 기획한 이구남 이마트 과일팀 파트너는 “아웃소싱으로 조각 과일을 도입했더니, 품질이 들쭉날쭉하고 콜드 체인(생산-소비 과정에서 적합한 온도로 관리하는 시스템) 유지가 잘 안 되는 일이 생겼다”면서 “이에 직접 설비를 구현했고, 지난해 테스트 과정을 거쳐 안정화 단계에 이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조각 과일 생산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건 ‘위생’이다. 조각 과일을 대표하는 수박이나 멜론 등은 산도가 낮아 세균 번식이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랩으로 포장해 냉장 보관을 한 수박 표면 부의 세균 수가 처음 잘랐을 때보다 3000배가량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위생을 위해 조각 수박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날 조각 과일 작업장에 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실험실에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하얀 가운과 마스크, 헤어 캡과 신발 캡을 착용하고, 소독 과정을 거쳐야만 출입할 수 있었다.
이 파트너는 “조각 과일은 세척 없이 바로 먹는 제품인 만큼 소독 과정부터 각별한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작업장의 경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받았고, 월 1회로 정해진 자가품질검사도 2회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품질 관리가 수월하다는 것도 직접 가공의 장점이다. 가공 후 배송 과정에도 보랭백에 넣어 배송해 신선도를 높였다. 이 파트너는 “최상의 제품을 담기 위해 수박 한 통당 수율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조각 과일을 직접 가공한 후 고객 클레임이 현저히 줄었다”라고 했다.
현재 후레쉬센터에서 가공하는 조각 과일은 수박과 멜론이다. 이마트는 1~2인 가구 증가세에 따라 조각 과일 등 소포장 과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적용 과일과 물량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파트너는 “조각 과일은 편하고, 맛있고, 위생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배, 석류 등을 조각하는 테스트를 했다. 앞으로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컵 과일 제품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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