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통화로도 목소리를 녹음한 뒤 인공지능(AI)으로 조작해 보이스피싱에 악용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지난 17일 올라온 글을 보면, 숙명여대 학생 ㄱ씨는 “교수님 덕분에 보이스피싱을 피했다”고 했다. 그는 “전화를 받았는데 건 사람이 계속 한마디도 안 했다. ‘여보세요’라고 하려다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때 (전화를 건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절대 말하지 마라’고 했던 교수님 말씀이 생각나 바로 끊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때 말하면) 목소리를 따서 가족에게 사기를 치려는 것이라고 한다. 교수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 등장한 교수는 조수영 숙명여대 교수(법학)다. 조 교수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차 산업혁명과 법’ 과목 강의 중 기술 발달에 따라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이 내용을 언급했다”며 “글을 보니 학생이 당부를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이 통화 목소리를 녹음하고, 이를 다른 텍스트와 결합해 새로운 음성을 만들어 협박에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여보세요. 누구시죠’ 등 짧은 단어 두 세 마디만 말해도 이렇게 악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딥보이스(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특정인의 목소리를 똑같이 내는 기술)를 통해 피해자 목소리로 ‘교통사고 등 급한 상황이 생겼으니 돈을 보내달라’고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요구하는 식이다.
정수환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9월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 인터뷰에서 “목소리만 들어서 합성이냐 아니냐(를) 구분하기는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며 “최근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5초 (음성) 샘플만 있어도 된다. 최근에는 2초 샘플 갖고도 어느 정도 퀄리티(품질)가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은행은 평소 거래하던 대기업 임원의 목소리를 흉내 낸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에 속아 3500만달러(당시 약 420억원)를 송금했다. 지난해 3월 캐나다에서는 딥보이스로 만든 가짜 아들 목소리에 속은 부모가 보이스피싱범에게 2만1000 캐나다 달러(당시 약 2000만원)를 송금하는 피해를 봤다.
한겨레 김윤주 기자 /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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