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세상은 서로 연결돼있고, 그 고리는 생각보다 쉽게 한꺼번에 끊어질 수 있다.
19일 전 세계 곳곳에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방송과 통신, 금융, 병원, 미디어, 기업 등 인프라가 동시다발로 마비되는 ‘역대 최악의 IT대란‘이 빚어졌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즈 운영체계(OS)를 사용하는 전산망에서 오류가 발생해 단말기의 화면이 ‘블루스크린(BSOD)’으로 바뀌고 작동을 멈추면서다.
‘블루스크린’은 윈도즈 OS(운영체계)를 쓰는 컴퓨터에서 별다른 전조 없이 ‘치명적인 오류 발생‘ 등 메시지와 함께 화면 전체가 파란색으로 채워지는 현상이다.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공항에서 항공기와 지상 관제센터간 통신에 장애가 생기고 항공편 예약과 체크인 차질로 3천2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운항 지연은 전 세계적으로 약 3만편에 달했다고 한다.
주요 언론사 방송이 중단되거나 은행과 신용카드 업체 등 금융기관 전산망이 마비돼 입출금과 결제가 멈춘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령 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못 뽑거나 페덱스 택배를 제때에 못 받고 스타벅스 커피 주문을 못하는 등 사소한 불편까지 포함해 개인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대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보안 플랫폼을 제공하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조지 커츠 최고경영자(CEO)는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고객들과 여행객을 비롯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은 분들 모두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우리 쪽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상 운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읽었던,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소들의 천국 인도 뉴델리에서 도로를 어슬렁거리던 어떤 소가 갑자기 자동차의 빵빵거리는 클랙숀에 놀라 뛰다가 신호등을 들이박는다. 그 신호등 기둥이 꺾이면서 그것과 연결된 중앙교통통제센터의 어떤 부분에 이상을 일으키고, 그러자 뉴델리 거리의 신호등들이 모두 작동이 멈춰 대혼잡이 발생하며, 또 중앙통제센터와 연결된 또 다른 무엇에 이상이 발생하고, 미국에서 통신 관련 기관에 근무하는 인도 청년이 뉴델리 가족과 통화가 안 돼 이상해서 그쪽 시스템에 연결해 들여다보고…결국 미국 뉴욕까지 정전 사태를 불러온다는,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 책이 나온 시점이 아마 50년 전쯤이고 그때의 책상머리 상상이었을 뿐인데, 지금과 같은 세상을 대략 예측했던 셈이다.
우리 사회가 체계적 시스템으로 연결돼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뉴델리 거리의 ‘놀란 소’ 한 마리로 쉽게 부러지거나 무너질 수 있을 만큼 취약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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