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BMS·이달 버텍스 총 1.5조 이상 기술수출…비상장 바이오벤처의 깜짝 성과
항체에 약물 대신 표적단백질분해제(TPD) 접목한 ‘분해제-항체접합체'(DAC) 기술 선도
검증된 항체·링크 기반 새로운 조합 전략 주효…”기립박수 받을 임상 결과 얻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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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테라퓨틱(오름)은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매우 큰 관심이 쏠린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제약사 BMS와 계약금만 1억달러(약 1390억원)에 이르는 계약에 이어, 최근 미국 유전자편집 전문기업 버텍스에 표적단백질분해(TPD) 플랫폼을 잇따라 기술수출했기 때문이다. 두 계약으로 회사가 수령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조5500억원에 이른다. 여기저기서 설립 10년도 되지 않은 바이오벤처의 비결을 궁금해하는 배경이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지난 18일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열린 ‘혁신신약살롱 판교’에 참석해 “(성공적 기술수출을 위해선)위험부담도 가져가야 하지만, 보수적인 과제 선정도 필요하다” 말했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 대표의 발언은 오름의 기술을 들여다보면 의미가 파악된다. 오름테라퓨틱의 기술은 항체에 약물 대신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접목한 ‘분해제-항체접합체'(DAC)다. DAC는 항체와 TPD를 결합해 암세포로 전달하고, 세포 내 TPD를 분해해 종양세포 사멸을 노리는 방식이다. 최근 항암 영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차세대 기술 격이다.
지난해 BMS에 이전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ORM-6151’ 역시 이 기술을 적용했다. 첫 발상 당시 관련 논문이 전세계에 2건밖에 없을 정도로 새로운 개념이지만, 완전히 새롭진 않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받은 ADC 타깃과 항체·링크를 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빅파마일수록 제조품질관리(CMC) 위험부담을 안는 것을 기피하는데 오름 파이프라인의 CMC는 기본적으로 ADC와 같아 위탁개발생산(CDMO) 입장에서 새로울 게 없다”며 “임상 승인 등을 위해 FDA에 설명이 용이한 재료를 조합만 달리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것을 기반으로 한 혁신’이라는 과제를 현실화 한 오름이지만 사업 초반 행보는 쉽지 않았다. 연세대에서 생화학 전공 후 미국 UC버클리 박사, 스탠포드 포닥(박사후 연구원)을 마친 이 대표는 LG생명과학 연구원과 사노피 아시아연구소장 등을 거친 뒤 2016년 8월 회사를 설립했다. 혁신 신약 플랫폼을 위해선 의사결정이 빠른 소규모 스타트업이 적합한 것이란 판단에서다. ‘오름’이라는 회사 이름은 신약 개발이라는 여정이 마치 언덕을 오르며 길을 찾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이 대표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다만 첫 사업 아이템인 세포 침투 항체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처음 시작한 기술로 상장하는 회사는 없다’는 업계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다가왔다. 시리즈B 단계까지 유치한 440억원의 자금을 소진하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2019년이다. 오름은 당시 바이오벤처로는 드물게 창업 초기임에도 보스턴 연구소를 설립했다. DAC를 미래 동력으로 낙점한 만큼, 연구의 깊이와 속도를 더하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DAC는 물론, ADC조차 주목받지 못했던 당시로선 과감한 사업 방향 전환과 투자였다.
결국 오름의 기획력과 현지 전략이 맞물려 결실로 이어졌다. ORM-6151이 전임상 초기 ‘인비트로’ 단계서 FDA 1상 계획을 승인받은 데 걸린 시간은 4년에 불과하다. DAC 관련 프로젝트 돌입 1년 만에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데이터를 만들어내면서 추가 투자도 유치할 수 있었고, 이는 지난해 첫 기술수출 계약까지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버텍스와의 계약으로 사업 영역도 항암에서 유전자치료 전처리제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승주 대표는 “국내의 경우 연구용 시약을 주문하면 해외 배송 탓에 3주 정도가 걸리지만, 미국에선 다음날 바로 받아 실험에 돌입할 수 있어 그 덕을 봤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프로젝트 리더들이 두 연구소에 모두 분배돼 있는 만큼 무게 중심이 한 쪽으로 쏠려있지는 않고, 실제로 BMS 기술이전 과제의 리더 역시 대전 연구소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오름은 지난달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해 증시 입성 작업을 본격화 했다. 이미 달성한 굵직한 성과에 기업공개(IPO) 전 유치한 투자금이 총 1300억에 이른다. 이 대표는 상황은 달라졌지만, 당장 거창한 목표를 내놓기 보단 회사가 목표한 혁신신약 개발 성공이라는 산을 천천히 올라가겠다는 포부를 담담히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성과 이후 임원진들과 ‘효과 좋은 항암제를 개발한 회사’라는 2040년의 모습을 그려봤다”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기립박수를 받을 만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는 ‘올해는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 장기 플랜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기회가 있다면 좀더 발전된 형태의 비전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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