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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 인정… 국민일보만 “위험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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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동성부부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차별 철폐 귀한 첫걸음”이라며 환영했고, 종교 기반 신문사들인 국민일보는 “사회적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거냐” 세계일보는 “동성혼 허용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 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의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등록한 걸 직권으로 취소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부과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2심의 판결에 불복해 낸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집단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아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이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라며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부부 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피부양자로 인정되는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성욱씨는 동성인 김용민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다 소씨가 이후 건강 문제로 퇴사하게 되자, 김씨는 건보공단에 동성부부임을 밝힌 뒤 피부양자로 신고했다. 그러다 그해 10일 건보공단은 동성부부는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며 직권으로 소씨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했다.

그러자 소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2022년 1월 1심은 “건강보험 영역에서 특히 사실혼의 개념을 동성 간 결합에까지 확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소씨) 패소로 판단했다. 소씨는 항소했다. 1년 뒤인 지난해 2월 재판부는 “평등 원칙을 위반한 차별”이라며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건보공단은 상고했다.

▲19일 한겨레 2면.
▲19일 한겨레 2면.

한겨레·경향·한국 “가족 다양성 확대 시금석” “차별금지법 통과시켜야”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1면에 이 소식을 다루고 사설로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겨레는 <대법, 동성 부부 ‘사회보장 받을 권리’ 첫 인정> 기사에서 “대법원 판단은 동성 부부가 민법상 가족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해도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은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최고 법원이 선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동성 커플을 법률상 부부로 인정하기에 앞서 각종 사회제도 속에서 이들의 권리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동성부부의 사실혼 그 자체를 인정하는 건 아니라는 한계점도 짚었다. 한겨레는 “다만 소씨와 김씨 부부의 사실혼을 그 자체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앞서 소씨 승소로 판결한 항소심은 두 사람의 관계를 ‘동성 결합 상대방’으로, 이날 대법원도 ‘동성동반자’로 표현했다. 혼인·상속·자녀 양육 등 가족관계에 따라 인정되는 민법상 권리와 의무를 이들 부부에게는 아직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건보공단이 피부양자 인정 범위를 시대에 따라 변경해왔는데, 변화 과정에서 피부양자의 범위는 법률이 정한 가족과 부양을 받을 사람에 한정되지 않고 탄력적으로 조정되어왔다는 점도 중요하게 봤다”고 덧붙였다.

▲19일 한겨레 사설.
▲19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동성부부 ‘건강보험 소송’ 승소, 차별 철폐 귀한 첫걸음> 사설에서 “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며 “우리는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 소수자가 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판결이 비단 동성애자뿐 아니라, 모든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동성 부부 건보 자격’ 확정한 대법, 차별 없는 사회로 가야> 사설에서 “이번 판결이 견고한 ‘이성혼 중심’ 구조로 짜여 있는 가족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지금도 국민연금법은 연금 수급권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실혼 배우자에 동성 배우자를 배제하고 있다. 동성 부부는 법적 가족에게만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공공임대주택은 꿈도 꿀 수 없고 합산 소득이 인정되지 않아 대출도 어렵다. 결국 이번 판결은 ‘성적 지향’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종교단체 반발에 가로막힌 차별금지법 통과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이번 판결은 17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계속 입법이 시도됐지만, 보수 성향의 기독교 단체 등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지난 국회에서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020년 6월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근거 없는 편견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19일 경향신문 사설.
▲19일 경향신문 사설.
▲19일 한국일보 사설.
▲19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 인정… 가족 다양성 확대 시금석> 사설에서 “더 나아가 동성혼 합법화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와 국회도 사법부 판단만 기다릴 게 아니라, 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해 더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소수자 권리 보장과 가족의 다양성 인정은 시대적 추세이다. 선진 주요 7개국(G7)은 일본만 빼고 모두 동성혼을 합법화했고, 대만이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했다. 혐오의 목소리가 아무리 과대 포장되어도 소수자 권리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방향임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헀다.

국민일보 “사회적 혼란 어떻게 감당?” 세계일보 “동성혼 허용은 안 돼”

국민일보는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으나, 기독교계에서 이를 비판한다는 입장을 주로 다뤘다. 국민일보는 1면 <“동성애 인정 수순” 교계 일제히 규탄> 기사에서 “동성혼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민법상 인정되지 않던 동성 결합 가족에 대한 사회보장 등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다. 대법원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사실상 입법권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독교계는 사법부가 ‘동성애 인정’의 길을 터준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19일 국민일보 3면.
▲19일 국민일보 3면.
▲19일 국민일보 사설.
▲19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동성 동반자 건보 혜택… 사회적 혼란 어떻게 감당할 건가> 사설에서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 동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것인데 사회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결론”이라며 “이 판결이 사회적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설사 국민건강보험법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해도 이는 입법이나 위헌법률심판제도로 교정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입법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판결을 내렸다. 앞으로 빚어질 사회적 혼란을 대법원은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으며 동성혼을 반대한 반면, 세계일보는 판결을 인정한다면서도 동성혼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大法 동성 배우자 건보 피부양 인정, 동성혼 합법화는 안 돼> 사설에서 “사법부가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판결이 마치 동성혼을 허용한 것처럼 곡해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세계일보 사설.
▲19일 세계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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