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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 여행 유행이라는데…외국인들은 서울 말고 어디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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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 중 해외의 굵직한 도시들은 이미 다녀온 이후에 소도시를 여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도쿄권, 오사카권을 이미 여행한 사람들은 대도시와는 다른 여행 경험을 찾아 소도시를 찾게 된다.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도시들이 독자적으로 발전하여 각자의 매력을 지닌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의 소도시들도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작아서 더 매력적인 소도시 여행

필자가 최근에 경험한 일본의 소도시는 다카마쓰(高松)와 나오시마(直島)다. ‘예술섬’ 나오시마는 다양한 책, 기사, 유튜브를 통해 알려져 있어 언젠가 한 번은 방문하고 싶었던 여행지였다.

나오시마 예술섬 프로젝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인터뷰에 의하면 프로젝트 구상 당시 여기까지 누가 오겠냐는 의구심이 강했다고 한다. 그만큼 일본 안에서도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민의 입장에서는 아주 벽지였던 것이다.

필자가 결정적으로 나오시마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은 인천-다카마쓰 직항 항공편이 매일 운항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인에게 물어보니 직항 노선으로 인해 오히려 일본 내에서보다도 한국에서 가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는 것이다. 다카마쓰 공항에서 여객선 터미널까지 1시간, 여객선으로 나오시마까지 1시간이니 생각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섬이었다.

나오시마는 듣던 대로 아주 작은 섬이었다. 일본에서 한 발짝만 움직여도 발견할 수 있는 편의점이 섬 전체에 단 하나만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라 자전거를 빌려 하루 이틀 내에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어느 도시보다도 외국 관광객의 비율이 높았고 이들을 위한 작은 게스트하우스들이 ‘예술섬’의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 있었다.

나오시마 덕에 알게 된 다카마쓰는 사누끼 우동의 본고장으로, 우동 마니아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여행지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공항버스 이용권, 지역 명소 입장권 등을 항공사와 제휴하여 제공하는 이벤트가 연중 수시로 있었다. 한국과의 직항 노선을 활용한 지자체 정책의 일환일 텐데 큰 액수는 아니지만 관광객들이 여행을 결정하는 문턱을 낮춰준다.

공항 터미널이 작아 쇼핑의 재미는 줄어들 수 있지만 이동 거리와 대기 및 수속 시간이 짧아 시간과 에너지를 크게 아낄 수 있었다. 자칫 공항까지의 이동과 비행기 탑승 과정에서 낭비했을 시간을 대폭 절약하여 출입국 당일까지도 포함하여 길지 않은 여행 일정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한국 n회차 외국인 관광객, 서울 다음은 어디일까?

이제 반대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입장이 되어보자.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 중 상당수는 아마도 서울에서 낮에는 경복궁, 남산을 둘러보고 밤에는 명동과 홍대의 밤거리를 다닐 것이다. 동대문시장, K-POP 성지까지 다녀왔다면 한국 사람이 보기에도 어느 정도 서울 여행은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1회차 서울 여행 다음에 한국 n회차 여행을 하게 된다면 어디일까? 부산, 제주 등이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서울 다음 행선지일 것이다. 그 다음이라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욕구가 클 것이다.

마치 일본의 나오시마가 그러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대도시권으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소도시도 오히려 지방 공항을 이용한다면 외국으로부터 접근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지방 공항의 국제선 노선은 그 지역 주민들의 해외항공 수요를 위해 만들어진 노선들이다. 그러나 항공 노선은 어쨌든 왕복 노선인지라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이 아닌 다른 지방 공항을 통해 한국을 여행할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지방 공항 노선이 단항 되었다가 최근 1년 간 많은 노선이 재개되거나 신설되고 있다. 현재 김해, 대구, 무안, 제주, 청주공항에 국제선이 취항 중이고 양양공항의 경우 취항과 단항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의 통계에 의하면 2024년 6월 기준 전년 대비 국제선 여객증가율은 청주공항 287.6%, 제주공항 107.2%, 무안공항 83.4%, 김해공항 47.3%, 대구공항 21.1%로 나타났다. 한국공항공사의 홈페이지에는 국적별 여객 통계는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외국인 여객의 수와 비중을 분석한다면 지방 공항을 통한 소도시 관광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소도시 여행, 서울과 얼마나 다를까?

서울에서 같은 경험을 더욱 편하게 할 수 있다면 굳이 지방 소도시를 찾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어딜 가든 서울의 아류작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획일적인 모습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부여 백제문화단지가 작은 경복궁처럼 보인다면 굳이 갈 이유가 있을까? 전주 한옥마을에서 명동과 똑같은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다면 실망스러운 일 아닐까?

나오시마로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데 성공한 안도 다다오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건축물을 남겼다. 서울 마곡지구의 LG아트센터가 가장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나오시마 예술섬 프로젝트와 가장 유사한 것은 원주의 ‘뮤지엄 산’이다. 나오시마를 여행한 안도 다다오의 팬이라면, 게다가 이미 서울은 여행해 보았다면, 원주가 그 다음 행선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전남외국인관광객 체험단 모집 포스터. ⓒ전남도청

■ 필자소개

김영롱은 Clark University에서 도시활력의 문제를 공간빅데이터로 연구한 박사논문으로 지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가천대학교 스마트시티학과에서 도시빅데이터, 도시경제, 가상공간을 주제로 연구하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시티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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