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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3년 2개월 만의 장례식이 치러질 예정이던 18일 새벽부터 유난히도 강하게 내리던 폭우는 이날 장례식이 시작하기 전인 늦은 오후부터 잦아들었다. 그러나 밤 8시 적막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나지막이 이 중사의 추모곡이 흘러나오면서 장례식장 내부엔 다시 폭우소리 같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랑하는 우리 딸. 아빠, 엄마, 오빠는 영원히 우리 딸과 함께 할거야. 우리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 사랑해.” 이 중사의 친오빠가 작곡했다는 추모곡을 듣고 있던 추모객들은 누구 하나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중사가 억울하게 사망한지 3년이 넘은 지금도 가족들과 추모객들의 비통함은 여전했고, 가슴 속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이 중사의 장례식이 18~20일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다. 이 중사의 비통함을 아직까지 온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치러지는 장례식인 만큼 이 중사를 더 기억하고, 그 고통을 다시는 재현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이어가기 위한 자리로 만들어졌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유가족들과 밤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추모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이 중사의 유가족은 그동안 이 중사 사망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기 전까지는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유가족 건강 문제와 공군의 협조적 태도 등으로 생각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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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사의 아버지인 이주완씨는 “오늘은 우리 예람이가 하늘나라로 간 지 1236일째”라며 “모두 우리 예람이가 사망한 지 1155일이라고 하겠지만, 이 아비는 예람이가 숨지기 전 힘들어했던 81일을 넣어서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국민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분노하고 울어줬던 그 마음 변치 않고 기억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공군교육사령부에도 예람이 추모비를 세우는 등 우리 예람이 사건을 영원히 기억할 방법을 군에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 박순정씨는 이 자리에서 딸의 이름을 실컷 불러보고 싶다며 추모사를 이어갔다. 박씨는 “예람이 유품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빈 노트에 예람이를 생각하며 떠오르는 문구를 캘리그라피로 끄적여봤다”고 했다. 박씨는 쓴 노트엔 ‘너는 봄처럼 따스해’ ‘비 내리는 오후가 좋아’ ‘당신은 누군가의 희망입니다’ 등 그리움을 가득 담은 글씨체가 적혀 있었다.
박씨는 노트 뒷장엔 문구를 모두 채우지 않았다. 나머지는 이 중사가 하늘나라에서 채우고 나면 다시 만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씨는 “예람이는 정말 씩씩하고 두려움 없이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감한 군인이었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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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사의 장례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폭우를 뚫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조문객들은 이 중사에게 국화꽃을 헌화한 후 유가족을 끌어안으며 “고생했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다가 2021년 3월 선임인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겪었다. 이 중사는 이를 부대에 신고했지만, 동료와 상관으로부터 회유와 압박 등 2차 피해에 시달리다 5월 18일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갔다. 그러나 이미 성추행 피해 사실이 유포된 뒤여서 조롱과 멸시를 받던 이 중사는 22일 오전 20전투비행단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일자 특검팀이 출범했고, 장 중사와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 등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장 중사는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올해 2월에는 동료들에게 거짓으로 고소당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 1년이 추가로 확정됐다. 전익수 전 실장 등 6명은 2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전 전 실장 녹취를 조작한 김모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 중사는 지난해 2월 공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통해 순직 결정이 내려져,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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