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와 침수 피해가 이어진 17일 KBS는 대통령실발 ‘K-원전’ 보도로 ‘뉴스9’를 시작했다. 주요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중에서 폭우 뉴스를 메인뉴스 첫 소식으로 다루지 않은 곳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가 유일하다.
이날 수도권 중심으로 시간당 100mm, 파주의 경우 36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강원, 충청, 전남, 경북 등 전국적인 집중호우가 예고된 만큼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요 방송사 메인 뉴스들은 첫 소식부터 폭우 관련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주요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MBC ‘뉴스데스크’는 <“빗방울 맞으면 아플 정도”..파주 시간당 100mm 7월 최고치> <폭우 상황 지역·시간대별 ‘제각각’ 왜?> 등 7개, SBS ‘8뉴스’는 <시간당 100mm 위력…파주 순식간에 물바다> <압축된 장마전선…잦아진 ‘극한 호우’, 예측도 어렵다> 등 13개 꼭지로 폭우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 메인 뉴스 역시 폭우 관련 소식으로 뉴스를 시작했다.
정작 재난주관방송사인 KBS ‘뉴스9’는 이른바 ‘K-원전’을 띄우는 뉴스로 시작됐다. 박장범 앵커는 “오늘 9시뉴스는 조금 전 유럽에서 전해진 속보로 시작하겠다. 체코 정부가 조금 전 30조원 대의 규모의 신규 원전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리포트를 소개했다.
이렇게 KBS ‘뉴스9’는 <‘팀 코리아’,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K-원전’ 유럽에서 통했다…강점은?> <유럽 수주전 ‘청신호’ 켜졌다…‘릴레이 수주’ 가능?> 등의 리포트를 먼저 전한 뒤, 네 번째 순서부터 폭우 관련 기사를 전했다. 뒤이어 또다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체코 원전 수주’ 브리핑을 아무런 평가나 분석 없이 3분 가까이 틀기도 했다.
이는 ‘체코 원전 수주’ 소식을 중요하게 판단한 타 방송사 사례와도 대비된다. 같은 날 TV조선 ‘뉴스9’를 보면 윤정호 앵커가 “조금 전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30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을 한수원이 수주했다.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쾌거”라고 언급하면서도 “장마 관련 뉴스부터 알아보도록 하겠다”며 관련 뉴스를 소개했다.
JTBC ‘뉴스룸’의 경우 한민용 앵커가 “지난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채상병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직전에 걸려왔던 대통령실 전화. 02-800-7070의 가입자 명의가 확인됐다. 대통령 경호처다. 이 소식과 함께 어제(16일) 예고해드린 대로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공익신고자와의 인터뷰도 준비했다”며 “잠시 뒤 전해드리고 폭우 소식부터 알아보겠다”고 역시 폭우 소식을 살펴봤다.
KBS는 지난해 윤석열 정권 낙하산 의혹의 박민 사장이 취임한 뒤 윤 대통령 홍보성 보도가 두드러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성급했다고 지적 받은 ‘포항 영일만 유전 가능성’ 국정 브리핑이 이뤄진 날,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며 10개 꼭지에 걸쳐 대대적 보도를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초유의 정부 행정 시스템 먹통 사태가 발생한 날 주요 방송사 중 KBS만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첫 소식으로 다루거나,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무비판적으로 다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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