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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지급을 구할 권리는 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 시작돼 10년까지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양육 당사자 협의 또는 가정법원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본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18일 A씨가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사건에서 종전 판례와는 다른 판단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 전합은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에 대해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 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1984년경 남편 B씨와 이혼했다. A씨는 이혼 전인 1974년부터 B씨와 별거해 1993년까지 약 19년간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홀로 양육했다. 이후 A씨는 자녀가 성년이 된 지 23년이 지난 후 B씨에게 1억1930만원 상당의 양육비를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당사자 간 양육비 지급에 대한 협의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어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양육비 6000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반면 2심은 자녀가 성년이 된 1993년 11월쯤을 기산점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므로 A씨가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합은 이러한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전합은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이혼한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자녀양육 의무는 종료한다”며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는 더 이상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할 권리의 성질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해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권영준 대법관은 양육비 청구권 소멸시효는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는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노정희·김상환·노태악·오경미·신숙희 대법관은 “이혼한 부부 사이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 지급을 구할 권리는 친족 관계에 따라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 성질을 가지므로 종전 판례가 타당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자녀의 복리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소멸시효 제도 취지와 타당성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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