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책 <깻잎투쟁기>(우춘희, 2022)로부터 시작되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 전공보다 젠더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으나, 부끄럽게도 여성이주노동자에 대한 글이 마음에 와닿았던 적이 없다. 이주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도, 주로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열띤 말이 오갔을 뿐이었다. 이 책은 밥상에 오르내리는 깻잎을 따는 여성이주노동자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결혼한 여성도, 자녀가 있는 여성도 있지만 그게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이주노동자와 건강을 연결했을 때, 어떤 상이 떠오르는가? 제일 먼저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는 남성 이주노동자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주노동자는 ‘이주민’, ‘노동자’에 더불어 ‘여성’이라는 점에서 복합적인 차별에 노출된다(이경숙과 오경석, 2018). 그만큼 노동 과정에서 더 큰 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관련한 연구는 주로 남성을 향해 있으며, 여성이주노동자의 경우 결혼이주여성에 한하여 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여성이주노동자의 노동과 관련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의 노동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밝힐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은 국내 여성이주노동자의 전반적인 노동환경과 이에 따른 건강상태를 살펴본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여성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에 관한 연구>).
이 연구에서는 <2020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는데, 고용 부문에서 노동경험, 노동조건, 사업장 특성, 만족도와 관련한 문항을 활용하였다. 2만 3399명의 응답자 중 여성이면서 현재 취업상태인 5264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진은 이들의 전반적인 노동환경과 건강상태를 파악한 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환경 요인을 살펴보았다.
연구진은 여성이주노동자의 건강을 파악하기 위해 ‘주관적 건강상태’를 활용하였다. “귀하의 건강상태는 전반적으로 어떠합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좋음’, ‘약간 좋음’, ‘보통’, ‘약간 나쁨’, ‘매우 나쁨’ 중 선택한 답안으로 응답자의 주관적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만성질환이나 사망과 같은 건강 결과를 예측하는 데 장점이 있다. 업무 특성상 남성은 사고 위험성이, 여성은 만성질환을 겪을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정형옥 등, 2019), 주관적 건강상태는 여성이주노동자의 건강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볼 수 있다.
연구 결과, 여성이주노동자의 주관적 건강상태는 ‘매우 좋음’ 응답자(45.3%)가 가장 많았으며, 평균 4.07점(5점 만점)으로 비교적 주관적 건강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결과를 해석할 때는, 이주민의 출신국에서의 ‘건강’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해가 현재 살고 있는 한국과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또한 건강상태가 좋아야만 한국에 들어와 일할 자격을 얻기 쉽다는 점도 유의하여 해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경우’가 ‘있는 경우’보다, ‘비전문취업’이 ‘방문취업, 재외동포, 영주자, 결혼이민자, 귀화자’보다, ‘대졸 이상’의 학력이 그 이하의 학력보다 자신의 건강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노동 환경을 살펴보면, 임금은 100~200만 원 미만(44.1%)이 가장 많았고, 200~300만 원 미만(34.3%)이 그다음을 이었다. 주당 근무 시간은 40~50시간 미만이 49.6%로 가장 많았다. 종사상 지위로는 상용근로자가 48.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임시근로자(28.8%), 일용근로자(15%) 순이었다. 고용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50%였으며, 산재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52%였다.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업종은 도소매·음식·숙박(34.9%), 광제조업(34.2%), 사업·개인·공공서비스(23.2%)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노동환경이 주관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노동조건(취업 여부, 이직 여부, 구직활동 등)에서는 노동시간이 건강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는데, 주당 30-40시간 미만, 40-50시간 미만인 경우가 60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경우보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업체 특성(산업분류, 직업분류, 사업체 규모 등)에서는 4인 이하, 10-29인 이하의 규모에 종사하는 경우가 50-299인 이하 규모 종사자보다 건강상태를 더 좋게 평가하였다. 또 노동만족도(직업만족도, 소득만족도)가 높아질수록 건강 상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같이 한국에 거주하는 여성이주노동자의 주관적 건강상태는 대체로 보통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노동환경에 따라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였다. 특히 노동환경에서는 노동시간과 사업체 규모, 노동만족도가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 연구는 ‘임금 노동’에 따른 노동환경만을 분석하였기 때문에, 결혼했거나 자녀가 있는 여성이주노동자의 ‘비임금 노동’에 해당하는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의 피해자 절반 이상이 여성이주노동자였다는 사실이 시사하듯이, 이들은 위험을 이주화한 한국 사회의 노동 위계질서에서 매우 취약한 자리에 내몰려 있다. 모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삶과 일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의 고용형태의 안정화를 비롯해 이들의 전반적인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서지 정보
김나경, <여성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에 관한 연구: 2020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를 중심으로>, 아시아여성연구(2023), 62(1), 43-78
우춘희, <깻잎투쟁기>, 교양인(2022)
이경숙·오경석, <경기도 이주여성 노동실태 모니터링 보고서>,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2018)
정형옥·오하나·정요한·박정인, <경기도 여성노동자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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