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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D-1 “위기의 원가정 보호 우선돼야”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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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민정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협회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비혼 엄마가 아픈 모습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홀로 아이를 키우며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다 질병을 얻는 경우가 많아 참 안타깝죠.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를 키우기 위해 뭐든 해볼 수 있는데, 건강을 잃으니 아이 돌봄을 할 수가 없어요. 혼자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착실하게 살아온 온 엄마라는 걸 잘 알고 있어 마음 아프지만, 민간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시행(1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원치 않으면 의료기관 정보로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보호출산제는 병원 밖 출산을 막기 위해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아이들이 유기되거나 살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위기 아동을 보호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미혼모·입양인단체 등은 ‘보호출산제’ 도입에 반대한다. 더 정확히는 제도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우려한다. 위기 임산부에 대한 지원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 친생부모에 관한 아동의 알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쿠키뉴스는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최근 미혼모 당사자단체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민정 대표를 만났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는 지난 2009년 비혼 엄마와 자녀의 인권을 위해 미혼모 당사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단체다. 2013년부터 10여년간 협회에서 활동한 김 대표는 지난 2023년 협회 대표 자리에 올라 미혼모가정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단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주거 안정”이라며 “임신 6~7개월쯤이라면 사실상 세상 밖에 나올 아이다. (산전부터) LH·SH 등의 주거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혼외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외국은 보통 이렇게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를 포기하는 엄마들 대부분 아이와 살 곳이 없는 상황이다. 또 양육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임신이나 아이 돌봄이 어려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 자신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엄마가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른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과거 방 한 칸 구할 돈이 없는 힘든 생활을 했지만 아이가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김 대표 아들은 현재 20대 초반 대학생이 됐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김 대표가 미혼모가정에 관심을 두는 건 그 역시 혼자 아이를 키워온 비혼 엄마인 탓이다. 30대초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그는 남자친구의 반대에 혼자 아이를 낳아서 직접 키웠다. 임신 당시 미혼모 생활시설에서 해외 입양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입양 보내고 매일 눈물로 하루를 보내는 주변 임산부의 모습이 마음을 바꾼 계기가 됐다. 아이와 머물 방 한 칸 구할 돈이 없어 공방 사무실에 조그만 돗자리를 깔고 생활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라는 가족이 있어 행복했다. 어느덧 김 대표의 아들은 20대 초반 대학생이 됐다.

임신 때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잘 키워줄 것처럼 하면서도 낳고 나면 냉대하는 것이 아픈 현실이다. 성폭행 피해자, 아기 아빠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결혼 준비 중 파혼한 미혼모 등 협회 문을 두드리는 이들 모두 각자 아픈 사연을 가졌다. 사연은 달라도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은 비슷하다.

김 대표는 협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혼자 아이를 돌보던 엄마가 아픈 경우라고 말했다. 엄마가 아프면 아이 돌봄이 불가능해 가정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이가 병에 걸려 엄마가 일자리를 포기하고 병간호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날도 김 대표는 파키슨병 진단을 받고 제대로 몸을 움직이기 힘든 한 양육 미혼모 가정에 지원할 물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병원비 일부나 기부 물품을 전달하는 게 민간이 할 수 있는 전부다.

협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너무 많이 목도했다. 보호출산제 시행 전 위기 임산부 가정에 대한 지원 체계를 지금보다 잘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진 이유기도 하다.

비혼 엄마들과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미혼모가족협회

보호출산제가 아동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 대표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비혼 엄마가 아이를 입양보내려면 출생 신고를 하고 입양 절차를 밟아야 됐다”며 “보호출산제를 하면 엄마가 그런 입양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어진다. 아이가 단독 번호를 가져 입양 보내기가 너무 수월해지는 것”이라며 주장했다.

이어 “현재의 보호출산제는 정부가 엄마를 위해 만든 제도로,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의 몫으로 남는다”며 “아이는 (부모가 원치 않으면) 부모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이는 아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 출산 후 산모의 숙려기간은 7일에 지나지 않는다. 제왕절개 등 상황에 따라 엄마와 아이와 실제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줄어드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만약 보호 출산한 엄마가 아이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이를 철회했을 때 이후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며 “DNA 검사를 해서 엄마 호적에 올려야 하는 것인지, 아이가 보호시설에 있는 동안의 돌봄 비용을 내야 하는지, 낸다면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정부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양육 미혼모 가정을 위해 산전부터 산후까지 체계적인 지원으로 원가정이 보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영아 유기·살해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보호 출산 앞에 선 위기 임산부 중 상당수는 현재 자기 삶이 너무 힘들어서 아이의 미래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을 거예요. 아이를 미워해서가 아니고 자신에 닥친 상황이 너무 힘든 거죠. 임신 때부터 세심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보호 출산과 양육에서 사이에서 고민하던 엄마들이 아이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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