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박동원 논설위원]
당대표 선거는 클라이언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 가급적 언급을 자제한다. 이번 선거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특이한 선거라 몇번 언급은 했었다. 이번 선거는 출마의 온당성 여부를 차치하고 처음부터 한동훈으로 결정이 나 있었던 선거였다.
이미 60% 전후의 지지를 안고 시작한 선거였다.
애시당초 대세를 꺽을 수가 없었던 선거다. 한동훈에 대한 이런 지지는 오롯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 그 마음이 용산과 대립하고 총선 때 거리에서 함께한 韓에 집중되는 것이다. 이런 판에 배신자, 좌빨 프레임이 먹히겠나.
개인적으로 시간을 좀 갖고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전언에 의하면 본인도 그럴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홍준표, 이철규, 조정훈 등이 ‘韓 죽이기’에 노골적으로 나섬으로써 앉아서 당할 수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져버렸다. ‘긁어 부스럼’이라 했고 거시기는 만지면 커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원희룡은 그나마 명분 있는 2위를 할 수 있었는데 잘못 판단한 급작스런 결행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혼돈이 온 모양새다. 크게 실패하거나 좌절한 적이 없고 자존심이 강한, 승승장구하던 똑똑한 이들이 위기 상황이 오면 그걸 용납못하는 걸 몇 번 본 적 있다.
“내가 겨우 저 놈 한테”란 생각이 정신적 아노미나 공황상태를 불러와 스스로를 주체 못 하는것이다.
거의 정치적 재기가 불능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번 선거는 누가 뭐래도 한동훈이 상수다.
한동훈이 몇 %를 받느냐는 선거에선 맞서기보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설득했어야 했다.
“지금은 당이 위기다. 위기 땐 경륜이 필요하다. 한동훈은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지금 당 대표하면 정치적 타격을 입는다. 내가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워 한동훈을 보호하겠다. 후에 재보선에 출마시키겠다. 그때 당당하게 겨루자”는 식으로 약점인 ‘미숙함’을 공략해 한동훈의 약한 지지층을 분리시켜야 했다.
그래도 韓이 되겠지만 정치생명은 지킬 수 있었다. 지지율 50%가 넘어가는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오히려 상대 지지율을 더 높여준다. 안 될까 싶어서
지지층이 더 뭉치기 때문이다. 배신자, 좌빨 프레임은 정말 선거 기본도 모르는 하수 중의 하수 전략이다.
코인팔이 유튜브나 하는 주장을 선거에 올리다니…
통치, 정치, 선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바로 ‘에코 챔버’ 즉 ‘반향실의 오류’다. 폐쇄된 녹음실에선 자기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나 리더의 독선이 지배하며 이견이 끼어들지 못하는 곳에선 주관성에 빠져 오판을 일으킨다.
원희룡은 ‘레드팀’을 만들어 용산을 견인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자신의 레드팀은 없었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이들 중 다수가 스스로를 과신해 독선에 잘 빠진다. 세상에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은 없고 자기 판단이 다 맞을 수가 없다.
지난 총선의 기억이 생생한 당원들에게 ‘고의 패배’ 같은 공격을 하면 유세현장에서 한동훈과 함께한 당원들이 과연 그걸 받아들이겠나. 일부 극우들, 그리고 윤 대통의령 극렬 지지층의 생각을 여과없이 내뱉으면 당원들이 그걸 수용하겠나. 생각이 없다.
내 판단에 韓이 65% 이상 득표해 당선될 것이다. 원래 55%정도였는데 원희룡이 더 키웠다 본다.
문제는 선거가 아니라 선거 이후다. 용산과의 관계, 극렬 반대층을 어떻게 아우를 것인가가 문제다. 더구나 183석의 야당 공세를 막아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 정교함이 필요할 때다. 17일에 나온 ‘나경원 패스트트랙 공소’ 관련 발언은 실수다.
선거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이후 야당 공세에 시달릴 것이다. 남은 선거기간에는 차분하게 ‘선거 중 발생한 다툼과 분란’을 수습하는 방향으로 가야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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