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좌장’ 정성호·’원조 친명’ 김영진 주축
의회민주주의포럼 출범…레드팀 역할 주목
李 일극체제서 ‘친명→신명’ 재편 가능성도
‘이재명 2기’ 지도부 구성이 확실시 된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원조 친명(친이재명)계가 ‘이재명 일극체제’에 의한 폐단을 우려했다. 강성 당원의 권력화, 정치의 사법화, 국회법을 앞세운 일방적 상임위원회 운영 등에 대한 지적이다. 이들이 당에 쓴소리를 가할 ‘레드팀’ 역할을 자처할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과 ‘원조 친명’ 대명사 격인 김영진 의원은 전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의회민주주의포럼) 창립세미나에 참석했다. 포럼은 정 의원과 민홍철 의원이 공동대표를, 김 의원이 연구책임위원을 맡았다. 정 의원과 김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최측근 그룹 ‘7인회’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 스스로 정치를 사법화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은 ‘로메이커'(law maker)로서 룰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법부에 모든 문제를 다 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국회가 검찰을 비롯해 법원까지 압박하는 ‘정치의 사법화’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마음에 드는 결론이 나오면 잘했다고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비판하고만 있다”며 “고소·고발 등 조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법대로 하자는 건 (관계를) 끝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국회법’을 앞세워 압박을 가하고, 전례 없는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청문회 개최를 강행 의결하거나, 이 전 대표 혐의를 수사하던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법대로’ 밀어붙이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창립세미나에 참석해 당내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우 의장은 “다양한 시민에 의해 선출된, 서로 다른 의사를 가진 대표들이 토론과 설득, 타협을 통해 합의된 의사를 만들어 내는 곳이 의회”라며 “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 정치불신이 깊어지고 포퓰리즘, 극단주의 정치가 파고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원내 강경파에서 ‘당원주권 강화’를 강조하면서 비대해진 강성 당원의 권한이 ‘대의민주주의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이번 포럼에 정 의원과 함께 주축을 이룬 7인회 소속 ‘원조 친명’ 김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김 의원은 지난달 민주당이 이 전 대표 ‘대권용 꼼수’로 비판 받던 당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개정을 추진한 데 대해 “설탕만 먹다가 이빨 다 썩는다” “민주당이 이 대표만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다”며 일갈한 바 있다. 이후 이 전 대표 지지층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당했지만, 김 의원은 오히려 “그들과 건강한 토론을 해보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핵심 의원으로부터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 전당대회 이후 친명 구도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고위원 후보인 김민석 의원이 이 전 대표의 새로운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고, 김 후보가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선언문을 함께 준비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며 “기존의 원조 친명에서 ‘신명'(新明)으로 구도가 교체될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이 전 대표 선거캠프 좌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중진 의원은 “내가 레드팀은 아니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내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틈틈이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잘하도록 이 전 대표 앞에서 할 말은 해야하지만, 굳이 ‘내가 레드팀이요’하면서 커밍아웃할 필요성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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