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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AD, 4년 재판에 ‘노동자’ 확정 “비정규직 대변해 이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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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씨가 일했던 KBC광주방송 편집실.
▲이슬씨가 일했던 KBC광주방송 편집실.

KBC광주방송의 전직 프리랜서 AD(조연출)가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노동자로 인정 받아 승소했다. 방송 제작 현장에서 비정규직·프리랜서로 일하는 조연출 AD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처음으로 확정된 사례다.

광주지법 2민사부(재판장 박병태)는 지난 5월17일 KBC가 AD로 일했던 이슬씨에게 1690만 원 이상의 퇴직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2014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KBC에서 일한 이씨는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1심에 이어 또다시 인정됐다.

이씨는 8일 전화 인터뷰에서 “(고용형태가) 불법이라는걸 나도 알고, 회사도 알았다. 그런데 회사는 알고도 한다. 그게 잘못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간 이 문제가 터질 줄은 알았지만, 그 당사자가 제가 될 줄은 몰랐다”며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해 이긴 것 같다”고 의미를 짚었다.

27세에 KBC에서 일한 그는 32세에 방송계를 떠나며 소송을 시작했다. 1심 판결을 받기까지 3년2개월이 걸렸다. 1심 승소에도 방송사가 불복하면서 소송이 장기화했고, KBC의 상고 포기로 지난달 21일 승소가 확정됐다.

이씨는 KBC의 아침뉴스와 토론, 정보프로그램 등에서 조연출(AD)과 진행요원(FD)으로 일했다. KBC는 그와 일한 5년10개월간 계약서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일은 끝이 없었다.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하면 업무도 달라졌다. 주에 두세 번은 새벽 5시께 출근해 오후 2시까지 일했다. 새벽 출근 다음날에도 점심쯤 출근해 밤까지 일했다. 6년차이던 2019년 말, 이씨가 일하던 프로그램이 없어지며 회사를 떠나게 됐다. 같이 일한 VJ·작가 등 스태프 대다수도 비자발적으로 떠났다.

▲KBC광주방송 AD로 일한 이슬 씨에 대한 광주방송 PD와 기자들의 업무지시와 감독이 나타난 카카오톡 대화 기록.
▲KBC광주방송 AD로 일한 이슬 씨에 대한 광주방송 PD와 기자들의 업무지시와 감독이 나타난 카카오톡 대화 기록.

당초 이씨는 고용노동청에 근로계약서 미작성(근로기준법 위반)을 신고했지만 ‘혐의없음’ 처분이 나왔다. 회사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잘못했고, 법을 어겼으니까. 처벌이 되겠지’라는 생각은 순진했다. 겁 없이 덤볐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법무법인 동행,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도움으로 공익소송을 택했다.

이씨는 소송 과정에서 “내 존재 전부를 부정당하는 것 같은” 일도 겪었다고 한다. 회사는 법정에서 이씨가 상당수 기간 월평균 주 15시간 미만 일했다고 했다. 그의 일은 ‘초단시간 근로’에 해당한다며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하루에 15시간도 일을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회사가) 몰라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소송 초반엔 많이 속상했다”고 했다.

법원은 회사 주장을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이씨의 1주간 월평균 소정근로시간을 15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이씨는 위 시간을 초과해 주간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KBC 측의 지시에 따라 KBC의 업무를 처리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항변에 쐐기를 박았다.

재판부는 그가 KBC 노동자인 이유를 구체적으로 판시했다. 업무 종속성 관련해 KBC측이 이씨 업무 내용을 정하고 그 일정을 구속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측 결정과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 영상제작·편집·등록 △사전녹화·생방송 현장 진행 △스튜디오·부조정실 상황 전달 △게스트 안내와 방송 준비 △자막회사와 소통 등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이씨)에게 일정이나 업무에 대한 조정 권한은 전혀 부여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가 방송제작 현장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재판부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은 여러 단계의 제작 및 협업을 거쳐 피고 방송국의 기획의도에 맞춘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피고 방송국의 개입과 관여가 필수적”이라고 판시했다.

▲촬영스튜디오. 사진=unsplash
▲촬영스튜디오. 사진=unsplash

이씨 사례는 예외적이지 않다. 조연출은 연출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업무인 만큼 방송 일정과 연출자의 지휘·감독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씨는 ‘AD=프리랜서’라는 방송계 기준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리랜서에게는 프리랜서로만 일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법적 보호를 해주거나, 그냥 정규직으로 쓰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나여야 한다. 그런데 방송사들이 프리랜서를 ‘처우는 프리랜서처럼 하면서 일은 정규직처럼 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불법적인 노동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방송사이지 않나. 그런데 방송사 내부를 봤을 때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개선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노동청 등 정부와 수사기관이 방송사의 불법에 단호하게 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판결 이후 판결문이 말하는 것과 같은 변화가 방송계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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