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고양=손지연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난장판 전당대회’라는 오명으로 덧입혀졌다. 지난 충청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 유튜버들 간 폭력사태가 일어나면서다.
각 후보 캠프 측에서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가며 ‘수사 의뢰’까지 운운했다. 당 선관위는 폭력사태를 일으킨 유튜버 3명에 대해 합동연설회장 출입을 금지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분열 양상에 당내 후유증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폭력사태의 당사자인 유튜버들을 이날 오후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장 밖 유세 현장에서 만났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각종 플랜카드와 깃발, 현수막, 코스튬 등으로 무장하고 자신이 지지하고 있는 후보들의 이름을 외쳤다.
◇ 폭력사태 유튜버들의 엇갈린 주장
원 후보를 지지하는 ‘킬문TV’ 운영자 김모씨는 이날 <시사위크>와 만나 본인을 ‘아스팔트 유튜버’라고 소개하며 장내에서 일어난 폭력사태에 대해 “장내에서 (한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니 아는 국민의힘 당직자가 와서 그만하라 설득해서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동훈 지지자들이 나를 보고 뒷목을 잡아당겼다”며 “여러 명이 달려들어 집단적으로 그러니 우리 ‘호랑이 열사’님이 와서 나를 방어했다. 그걸 가지고 폭행했다고 뭐다 하는데 그런 기사를 쓰면 안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후 장외에서 발생한 폭력에 대해서도 자신이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모씨는 합동연설회가 끝난 후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버 황모씨가 전화로 자신을 불러냈다고 했다. 그는 “(황모씨가) ‘나 혼자 있으니 와라’ 그래서 갔더니 바로 주먹이 날아왔다”며 “저쪽에서 밀고 당기는 통해 넘어지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당시 다툼으로 안구 일부가 찢어져 봉합을 위해 안과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한 후보 캠프 측에서는 김모씨가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라 ‘자유통일당 당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모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제 와이프까지 국민의힘 책임당원”이라며 “(한 후보 측에서)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버 황모씨는 해당 사건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이날 고양 소노아레나 행사장 밖에 마련된 지지유세 부스에서 <시사위크>와 만나 “(행사종료 후)저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1시간 넘게 절 ‘죽인다’고 불렀다”고 말했다.
장외에서 일어난 폭행에 대해선 “경찰이 출동해 사건처리에 대해 양쪽에 물어봤지만 합의하에 상황이 종료됐다”고 했다. 이어 ‘반의사불벌죄’를 주장하며 폭행을 이유로 형사고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지구대에 연락해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경찰에 수사요청을 했기 때문에 폭력사태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합동연설회 질서유지에 나선 경찰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폭행죄가 아닌 상해죄를 주장하며 형사 고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력사건이 일어난 유관순체육관 인근 천안서북경찰서 불당지구대 경찰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사자가 아니어서 사건 접수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지만 쌍방이 처벌을 원치 않았다면 사건 접수가 안됐을 것”이라며 “(상해죄는) 언제든 추후에 (형사 고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당원들 사이에선 이번 폭력사태로 인해 당의 분열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상현 후보의 지지자인 한 당원은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며 “과연 국민이 우리를 믿고 책임을 가진 수권정당으로 인정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두 캠프의 공방전에 대해선 “그건 의미가 별로 없다. 그런 일을 양자 간에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한테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또 그는 “앞으로는 이런 진흙탕 전당대회가 되선 안 된다”며 “전당대회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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