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3개 노동조합과 PD협회, 기술인협회 등 200여명이 시사교양국 폐지와 기술조직 통폐합 등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며 공동 시위에 나섰다. 임기가 넉 달 남은 박민 사장이 조직개편을 밀어붙이자 사안에 따라 입장차를 보였던 노조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S 이사회는 이날 관련 안건 상정을 보류했는데, 일주일 뒤 긴급안건 상정이 전망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노동조합, 같이노동조합과 KBS PD협회, 기술인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과 본관 앞에서 연이어 피케팅을 벌였다. 이날 조직개편을 위한 직제개편안이 상정될 KBS 이사회를 앞두고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 의사를 알리는 자리였다.
점심시간 KBS 신관 앞에서 진행된 피케팅 현장에서 김세원 KBS PD협회장은 “시사 부분을 분리시켜 보도본부로 보내는 것은 이미 수차례 경험했고 그때마다 실패했다”며 “박민 사장은 취임한 이후 제대로 하는 건 하나 없이 회사를 축소시키고 망치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준 KBS 기술인협회장은 “어느 사장도 임기 4개월을 남겨두고 조직 개편을 강행한 사례는 없다. 이건 권력의 사유화”라며 “혼수상태 경영진과 한통속이 되지 않으려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KBS 이사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선 박민 사장 취임 이래 처음으로 KBS 3개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모여 조직개편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번처럼 밀실에서 추진된 조직개편을 본 적이 없다”며 “수신료 분리고지가 본격 시행되면서 오히려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헛된 조직개편으로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직을 반토막 내고 위기의 KBS를 더욱 더 망쳐버리는 이 상황에 분노하고 믿을 수가 없다”며 “이제는 행동을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권준용 같이노조 위원장은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면 이렇게 경쟁력을 깎아내는 조직 개편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전문적 인력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KBS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사회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오후 KBS 이사회를 앞둔 본관 1층 로비에서는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이사진에게 조직개편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피케팅이 이어졌다. KBS 구성원들은 오후 2시30분께부터 3시 이사회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밀실추진 조직개악 구성원에게 조직개판” “구성원의견 수렴없는 조직개악 철회하라” “충성경쟁 조직개악 누굴위해 존재하나” “밀실담합 조직개편 일방축소 결사반대”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조직개편 철회를 촉구했다. KBS노동조합은 서기석 이사장에게 ‘조직개편안 반대 촉구서한’을 전했다.
이사회에서도 조직개편안 안건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다. 야권 소수 이사들은 사측이 조직개편을 위해 올린 ‘직제규정 개정(안)’은 사전에 구성원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직제규정 개정안도 첨부되어있지 않아 절차적·형식적 결함이 있다며 안건 상정을 반대했다. 이 같은 지적과 사측 반박이 40분 넘도록 이어졌고, 서기석 이사장(여권)은 한 차례 휴회를 거쳐 “오늘은 안건 상정을 안 하고 긴급안건으로 해서 다음주에 의결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내달 23일을 조직개편 시행 시점으로 제시한 상태다.
한편 KBS 사측은 이사회 방청을 위해 로비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스피드게이트 너머로 보이는 시위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것을 막으며, 사전 허가 없는 취재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시민에게 개방된 장소에서의 사진 촬영을 막는 근거 규정이 무엇인지 묻자 현장 직원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KBS 사측에도 취재를 막는 근거에 대해 질의했지만 현재까지 답이 오지 않았다. 앞서 KBS는 지난 5월에도 언론노조 KBS본부의 고성국 MC 시사라디오 기용 반대 시위 현장을 찾은 기자협회보 기자의 취재를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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