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혼돈’이다. 부동산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청년들은 사기를 당해 겨우 구한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으며, 청년들 못지않게, 혹은 더 심각하게 고령층 또한 거주 문제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이같은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에 대한 전문적 견해를 듣고자 부동산 전문가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을 만났다. 지난 16일 오후, 우리은행 본사에서 만난 함 랩장은 현재 부동산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전세’를 비롯해 대출, 청년층과 고령층 등 주거, 미분양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어떻게 ‘부동산 전문가’가 됐는지도 궁금하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서 직급으로는 부장대우, 직책으로는 부동산리서치랩장을 맡고 있다. 프롭테크(부동산 정보 기술) 기업인 직방에서 최근 이직했다.
학부에서 부동산을 전공하진 않았다. 다만 우연히 입사하게 된 회사가 인포메이션프로바이더(Information Provider·정보제공) 회사였다. 지금은 어플리케이션, 웹,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90년대 말엔 PC통신, 천리안, 유니텔 등과 같은 PC통신 체제가 중심이었다. 이런 체재에서 ‘정보제공’을 하는 회사에 입사했고 또 부동산 관련 정보제공 업무를 맡게 돼 자연스럽게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이직했으며, 부동산이 전문 분야가 됐다.”
– 올해 3월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으로 직을 옮겼다. 그 배경과 이동 후 소회는 어떤가.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는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나 부동산 관련해 뎁스(간략하면서도 디테일 있는)가 깊은 자문을 고객이 받고자 한다면, 연계해 고객 어드바이스를 진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는 고객 자산관리와 컨설팅 외에도 기고, 강연, 인터뷰 등 부동산 시장의 다양한 현상과 이슈를 시장과 소통하는 인원이 필요로했다. 그 부분에서 역할을 맡아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지난 3월 입행하게 됐다. 우리은행 측은 기존 프롭테크 기업들에서 리서치와 부동산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들을 진행했던 부분을 매력적인 포인트로 봤던 것 같다. 따라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직을 선택했다.”
– 신생아특례대출로 인해 주거 구입 전세 대출 소득 요건이 앞으로 일정 기간 완화될 예정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혼인율이 감소하고 있고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과연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신생아특례보금자리론의 재원이 10조원 정도라 지난해 마련된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만큼 시장을 견인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30대에서 신생아 출산이 많고 그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본다면 대환, 매입, 전세 관련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생아특례대출이 수도권 주택시장에는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서울 등은 이미 지난 4월부터 매매가가 플러스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세시장 가격 불안 폭이 점차 커지고 있고 신생아특례보금자리론이 대환대출 비중에서 매입 대출 비중으로 경기도 등 특정 지역에 효과를 내고 있는 점, 그리고 아파트 분양진도율이 낮은 와중에서 수도권 분양가 인상 속도가 빨랐던 것도 수도권 주택시장 가격 회복이나 반등이 일부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 신생아특례대출은 지극히 한정된 인원만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전세는 일장일단이 있다. 서민 입장에선 저리 대출을 통해 더 양질의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전세보증금 인상에 대출로 대응하는 부분들이 일종의 ‘땔감’ 역할을 하면서 전세가 상승의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향도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결혼한 뒤 출산을 하고, 또 주거의 문제가 해결돼야 결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에선 모든 계층에게 전세대출을 해주는 것보단 저출생 고령화 이슈를 해결하면서 비교적 양질의 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념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정된 인원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앞으로 신생아특례대출 소득기준은 완화될 예정이며, 현재 대출 조건은 부부합산 소득이 1억3,000만원이지만 앞으로 2억원으로 늘어나고 또 한시적으로 2억5,000만원까지 늘릴 예정이라 모든 구간에 걸쳐 사각지대 없이 저리 대출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
– 전세대출 요건의 완화는 전세가의 상승을 야기하는 것 아닌가.
“의식주 중 주거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저출생과 만혼이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이라 사회 초년생과 청년의 자립을 돕고 신혼부부의 거주 안정과 출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면에서 전세 저리 대출이 필요한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전세 저리 대출 외에 매입 및 건설임대 확대를 통한 직접적 임대주택 공급 정책 등의 주거지원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선 전세사기 등의 이유로 전세포비아가 확산돼 이로 인한 전세가 하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한국은 부동산 강국이라 항상 값이 크게 떨어진 적은 없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1분기 5억원 이하 주택에 저리 대출이 가능한 신생아 특례 전세 대출 시행이 본격화되며 수도권 역세권과 신축 등 선호단지에 임차인이 유입되는 분위기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수도권 중심으로 전세값이 상승하며, 갱신계약 증가로 전세 출회 물건이 줄고 서울, 인천 입주 물량도 평년보다 올해 감소할 전망이라 수도권 전세가 상승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지방은 미분양이나 비교적 입주 물량이 원만해 전세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지역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오는 2025년 아파트 준공 물량이 22만5,000호로 올해 31만6,000호보다 9만호 가량 감소할 전망이며, 수도권은 15만2,000호에서 10만6,000호로 4만6,000호 감소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이나 물량 감소가 현실화되는 도심에선 주택 공급부족 현상이 일부 있을 수 있다.
특히 PF대출 시장 냉각, 공사비 분쟁 등 아파트 공급진도률이 낮은 편이라 장기적 주택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공급시장에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고 전세가격도 내년까지는 오름세를 나타내지 않을까 싶다.”
– 일각에선 전세를 없애고 월세로 돌리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어찌 생각하는지.
“보증부 월세를 포함한 월세화는 지방과 비아파트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올해 5월 누계 거래 중 월세 거래량 비중이 57.8%로 과거 5년 평균 46%로 보다 높은 편이고 관련 수치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리고 전세라는 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는 아니며, 월세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방식이 맞다. 다만 전세는 거주를 희망할 때 안전한 임대차를 찾을 수 있게 해주며,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기존의 임차인의 입장에선 나중에 목돈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월세보다 전세대출 이자가 더 낮다면 이를 통해 확실한 징검다리가 돼줄 수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전세사기 이슈가 터지고 전세가격이 매매가와 같아져 범죄의 대상이 되는 만큼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으며,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 같은 전세가율이 매매가보다 낮은 상품에 들어가는 건 힘들다고 생각된다. 특히 높은 전세가율을 나타내는 임대차는 향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거나 전세반환보증상품 가입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면에서 무조건 순수전세가 월세보다 저렴하다는 생각은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항상 우리나라는 월세는 주거비가 비싸고 전세는 주거비가 낮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월세의 240배 되는 디파짓(보증금) 금액을 다 날리는 것보다는 월세를 통해 보증금의 일정 부분을 지키고, 은행 이자가 비싸 대출 이자보다 월세율이 낮다면 월세가 무조건 나쁜 상품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 미분양 가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고 약 7만채 가량의 미분양 가구 중 거의 6만 채가 지방에 존재한다. 특히 올해 들어 미분양 가구 수는 줄어든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수도권 양극화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국 미분양 중 지방 미분양이 5만7,000호 정도로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회복세를 탄 수도권과 달리 미분양 적체, 인구 공동화 우려, 분양시장 위축 등이 이어지고 있는 지방은 가격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서울 내에서도 강남3구 아파트와 비 강남권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강남3구 1채로 기타 서울 내 지역 아파트 2채를 구입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단순히 지방과 수도권 등 이분법적 지역 구분을 넘어 수도권 내, 서울지역 내에서도 자산가격 상승과 거래 수요의 적극성이 지역별로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과거 집값 대세 상승기엔 영끌 및 패닉바잉 등으로 전국 대부분의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였지만 시장 침체기 또는 조정기엔 수요자의 자산선택이 제한되고 가격 민감도가 커지며 대기수요 높은 지역으로 차별화되는 양상이 커지는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청년층의 경우 최근 전세사기와 같은 사회의 문제점에 그대로 노출될 문제가 있어 주거의 시작을 공공임대와 같은 공공에서 시작하는 게 옳으며,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입장인가.
“맞는 말이다. 공공임대 확대를 통해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요즘 월세화 현상과 도심의 전세가격 상승 문제 외에도 원자재 가격 인상과 PF대출 냉각, 건설원가율 인상으로 민간임대 공급이 감소한 상태다. 따라서 공공임대 확대로 관련 간극을 메워 시장 충격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세사기 문제를 억제하고 거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차 중개 시 공인중개사가 등기사항증명서,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한 정보 외에도 임대인이 제출하거나 열람 동의한 △확정일자 부여현황 정보 △국세 및 지방세 체납정보 △전입세대 확인서를 확인한 후, 임차인에게 본인의 보증금과 관련된 선순위 권리관계를 설명하여야 하는 등 공인중개사법이 강화됐다. 청년이 임대차 시장에 나갈 때 관련 거래 시장의 리스크를 줄이는 정책들도 계속 보강돼야 한다.“
– 청년 뿐만 아니라 고령층의 거주 문제도 있다.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는 본인의 부모는 부양하고 자식은 뒷바라지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부양받기 힘들다. 이들을 위한 주거 빈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며, 65세 이상 인구가 960만명에 달해 인구의 5분의 1이 고령층이다. 이에 따른 주거복지는 점점 더 촘촘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주택이 있다면 주택연금과 같은 제도를 활용해 보유 주택에 거주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사각지대에 놓인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임대주택과 공공주택 공급을 고민해야 함과 동시에 이들의 여건에 맞춘 주택의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문턱, 난간 등 세세한 것부터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나 더 이상 자녀를 키우거나 하지 않을 경우 부엌은 작게 만드는 등 케어와 관련된 주거모델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 부동산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자산 시장도 지역과 상품, 가액에 따른 양극화가 강한 편이다. 저출생, 고령화의 인구구조나 중금리 시대 도래, GTX(광역급행철도) 같은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 e-커머스 확대에 따른 상권의 변화 등 상당히 다양한 변수들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러한 변수들을 잘 살펴서 단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고객자산을 지킬 수 있는 부동산 자산 설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고객자산의 효용을 위해 좋은 인사이트를 계속 유지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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