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록 KIST 제26대 원장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
국내 최고 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학제 중심 조직에서 차세대 반도체·AI 로봇·수소 등 국가적 임무 중심의 연구소로 재편한다. 이에 따라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도 임무중심 연구소를 위주로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오상록 KIST 원장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사회적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구체적 임무를 도출했고, 이를 기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KIST는 이달 1일자로 총 3개 ‘임무중심 연구소’를 출범했다. △차세대반도체연구소(반도체·양자컴퓨팅) △AI·로봇연구소 △청정수소융합연구소 등 3개 연구소다. 임무중심 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중 처음으로 ‘강력’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PM)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각 연구소의 PM(연구소장)은 개별 연구과제를 기획하고 이끌던 책임연구원의 직위를 넘어서, 연구소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안을 결정할 전권을 쥐게 된다. △임무 설정 △인력 충원 및 구성 △예산 배분 △기획·평가·관리 △기술사업화 등 주요 업무에 대한 결정이 PM 1인에게 달려있다. 이처럼 책임과 역할을 강화한 연구 책임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는 과학기술계에서 있어 왔지만, 조직을 본격 개편해 PM에 전권을 위임한 사례는 KIST가 처음이다.
오 원장은 “PM은 축구대표단에서의 감독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책임연구원이 감독이자 필드에서 뛰는 선수로 활약했다면, PM은 감독의 역할을 강화해 직접 필요한 선수를 선발하고 각 선수의 성과에 대해 평가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도 KIST 기본 사업예산은 임무 관련 분야와 비관련 분야로 나눠, 임무 분야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M은 KIST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타 출연연이나 대학에서 필요한 인재를 영입해올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지난달 내놓은 출연연 활성화 방안에 따라 파격적 조건으로 외부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임무중심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논문·특허 등의 기존 지표가 아닌, PM이 판단한 연구 과제 기여도에 따라 평가받게 된다.
기존 운영되던 차세대반도체연구소와 AI·로봇연구소의 경우 기존 연구소장이 PM 직을 맡는다. 청정수소융합연구소의 PM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3개 연구소로 출범했지만, 향후 내부 논의를 거쳐 3개 연구소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각 연구소는 25~30명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PM이 정한 방향에 따라 기존 연구소 인력 중에서 임무에 필요한 인력은 연구소에 남고, 나머지 인력은 연구본부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한 KIST 고위관계자는 “기존 연구 조직을 뒤엎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인 만큼 내부 반발도 컸다”고 귀띔했다. 그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출연연의 역할과 존재 이유가 모호해졌다는 비판을 받는 만큼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오 원장은 “KIST는 우수한 논문 게재나 특허 출원에 안주하지 않고 국가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임무가 달성되는 몇 년 후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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