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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구 우생보호법에 의해 강제 불임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며 사과했다.
앞서 일본 최고재판소(한국 대법원에 해당)는 지난 3일 일본 국회가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약 50년에 걸쳐 장애인을 대상으로 강제 불임수술을 강요한 구 우생보호법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리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17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총리관저를 찾은 강제 불임수술 피해자들과 면담을 갖고 “최고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구 우생보호법에 의해 큰 고통을 입은 것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며 정부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강제 불임수술은 개인의 존엄을 심각하게 유린한, 있어서는 안될 인권침해로 피해자 여러분이 겪어야 했던 엄청난 고통을 생각하면 해결책 마련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국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새로운 보상 방식 등에 대해 가능한 빨리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국회가 나치 독일의 ‘단종법(斷種法)’을 본떠 1948년에 제정한 구 우생보호법은 제2차 세계대전 뒤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불량한 자손 출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시행됐다. 일본 국회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1948년부터 1996년까지 이 법에 따라 유전성 질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상대로 임신중절·불임 수술을 했으며, 불임수술을 받은 2만4993명 중 강제에 의한 경우가 무려 1만6475명에 달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를 만난 피해자들은 구 우생보호법을 둘러싼 문제의 전면 해결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했다. NHK에 따르면 탄원서에는 일본 정부 및 국회 차원의 사과 표명 외에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인 관련 재판의 조기 해결 △미소송자까지 포함한 모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상법 제정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교육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국회가 최고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강제 불임수술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결의를 추진하고 보상을 위한 새 법률도 제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전날 열린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 양원 의원 운영위원회 이사회에서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국회 결의를 요구하고 공동여당인 자민·공명당과 임시 국회에서 사죄 결의를 위한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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