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의 토론에서 총선 패배 책임론을 둔 신경전이 벌어졌다.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한동훈 후보는 ‘총선 당시 가장 바꾸고 싶은 것’으로 “이종섭 대사의 출국”을 제시하며 대통령실 리스크를 강조했다. 반면 친윤 후보인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가 당시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문자를 묵살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문자 묵살이 없었다면) 이종섭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7일 오전 기독교방송(CBS) 주최 라디오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총선 국면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장면’을 묻는 질문에 “이종섭 대사의 출국을 어떻게든 막았을 것 같다”고 답한 한 후보는 “그전까지 저희의 총선 전략이 어느 정도 주효해서 대단히 좋은 상황이었다”며 “(이종섭 사태) 그게 3월 4일쯤부터인데, 그 다음부터 정말 무섭게 떨어지는 상황을 봤다. 역시 이게 민심의 분기점이었구나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 후보는 “영부인이 비대위원장에게 연락을 했을 때 저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을 강조했다. 원 후보는 “그때 사과의 수위나 방법, 이런 부분들을 당과 조율해서, 또 민주당이 선거 때니까 무차별 공세를 할 텐데 이걸 잘 막아냈더라면, 그 후에 벌어진 악재들도 전혀 다른 식으로 풀려나갔을 것이다. 이종섭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두 후보와 나경원·윤상현 후보까지 모든 후보들은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 의혹 검찰조사는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 후보는 “국민들께서 궁금해 하시고 그리고 대통령께서 사과까지 한 사안”이라고 했고, 원 후보와 나 후보는 해당 사건이 “몰카 공작”이었다고 강조하면서도 “당당히 조사를 받고”(원희룡), “원칙대로 하는 것이 맞다(나경원)”고 부연했다. 윤 후보 또한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면이 있다”면서도 “법 앞에 예외가 없다”고 했다.
후보들 간의 주도권 토론에선 한 후보에 대한 타 후보들의 견제가 주로 두드러졌다.
원 후보는 총선 국면에서 한 후보가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이에 대해 ‘당무개입’을 언급했던 것을 지적 “비대위원장 지명할 때랑 사퇴 의사 전달한 거랑, 그게 하나는 당무 개입이고 하나는 당무 개입이 아닌가” 물으며 이날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론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식사 제안은 거절하고 진중권·김경율 등은 만났다’는 점을 들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 후보는 “상식적이지 않은 판단”, “상상력이 풍부하시다”는 등 원 후보의 공세를 일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원 후보는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시스템이나 그런 것은 다른 사람 책임으로 가고, 자기가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취하는 게 아닌가, 이런 체리피킹이 아닌가”라고 한 후보의 태도를 꼬집었는데, 한 후보는 “당내 선거에서 그렇게 마타도어에 집중하시는 원희룡 후보님을 당심, 민심이 지켜보실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한 후보가 수정안 발의를 제안한 채상병 특검법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안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의혹’을 “박정훈 단장의 월권행위에 대한 시정 지시”라고 표현하는 등 “현재 혐의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반면에 우리 한동훈 특검은 어제는 다 지난 일이라고 했지만 지금 댓글팀 같은 새로운 것들이 올라오게 되면 그 사실관계가 사실이라면 김경수 지사처럼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을 수도 있는 그런 사안”이라고 공세를 폈다.
한 후보는 특검과 관련 ‘수사외압인가 박정훈의 월권인가’ 묻는 윤 후보의 질문엔 “우리 당의 입장에 100% 공감한다”면서도 특검 발의 자체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특검 문제에서 제가 새로운 대안을 얘기했고 판을 바꾸는 과정에서 좀 돌파를 해 나가야 된다”고 이전의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채상병 특검과 한동훈 특검을 비교해 공격을 편 원 후보에 대해서는 “민주당 양문석의 주장에 동조하는 원희룡 후보에 대해서 당심이 판단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나 후보는 전날 TV토론에 이어 이날도 ‘한동훈 비대위’ 당시의 공천 방식을 문제 삼았다. 나 후보가 “인천 계양을, 서울 마포을 발표하는데 현역 위원장이 있고 다른 공천 신청자가 있는데 아무런 의논 없이 그 자리에서 갑자기 ‘마포을은 누가 나간다’, ‘인천 계양은 누가 나간다'(라고 했다), 이거 시스템 공천 맞나”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한 후보는 “나 의원님이 그때 대단히 잘했다고 제 옆에서 굉장히 칭찬해 주셨던 걸로 저는 기억한다”고 비꼬듯 받아쳤다. 한 후보는 “제가 거기서 공천을 결정했다고 말한 적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는 사실 정말 아직 좀 정치적으로 숙련되지 않아서 그런지 리스크가 되는 말씀을 툭툭 한다”며 “당무 개입, 국정농단 이야기를 하니까 야당이 바로 여사 당무 개입 게이트 이런 말을 들고 나온다. 그래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도 했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당무 개입 위험하다고 하시던데 탄핵 제일 많이 말씀하시고 당무 개입 제일 많이 말씀하신 게 바로 나 후보님”이라고 반격했다.
이어 나 후보가 “한동훈 특검 동의율이 (채상병 특검과) 비슷하더라, 51%”라며 “채 상병 특검이 국민들에게 설명을 더 이상 안 되니까 우리가 대안을 내놓는다고 그랬는데 한동훈 특검이나 채 상병 특검(관련 여론이 비슷하다)”고 지적하자, 한 후보는 “지금 여기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거는 정말 당내 내부 총질”이라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 (한동훈특검) 그 내용이 뭔지 아시나”라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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