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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반복 제한’ 재추진 나선 정부…노동계와 대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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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7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방문한 한 시민이 실업급여 상담을 받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의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이 담긴 고용보험법 개정을 재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노동계는 지속 청년·취약 계층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개정을 비판해 왔는데, 올해도 이와 관련한 노·정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법을 포함한 노동부 소관법 개정안 8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후 22대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한 법안들이다.

먼저 고용보험법은 지난 2021년 11월 정부 제출 법안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안에는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막는 내용이 포함됐다.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지급받은 이들에 대해 수급 3회 차 10%, 4회 차 25%, 5회 차 40%, 6회 차 이상 50% 등 최대 50%까지 수급액을 깎는 것이 가능해진다. 수급 대기 기간도 기존 7일에서 최대 4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에는 단기 근속자가 현저히 많은 사업장에 대해 실업급여 보험료(사업주 부담)를 추가 부과(40% 이내)할 수 있는 근거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추가 부과 대상은 지난 3년간 해당 사업에서 이직한 구직급여 수급자 중 단기 근속자 비율이 높고, 해당 사업에 부과된 실업급여 보험료 대비 해당 사업에서 이직한 근로자에게 지급된 구직급여액 비율이 높은 사업장이다.

이와 더불어 근로자의 단기 이직사유가 사업주 귀책으로 보기 어려울 시 단기 근속자 비율 등 산정 시 제외하고 추가 보험료는 향후 3년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부과되도록 명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청년특별위원회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7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민주노총 청년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해 고용노동부의 실업급여 구직급여액 감액 입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청년특별위원회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7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민주노총 청년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해 고용노동부의 실업급여 구직급여액 감액 입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지난해 7월 당정이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 80%)을 폐지 혹은 인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로, ‘실업자’를 ‘베짱이’로 빗대는 등 마치 실업급여 수급자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촉발했다. 

특히 여성·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해외여행을 가거나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는 고용노동부 소속 직원의 발언은 더 큰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실업급여는 공적 부조가 아니라 사회보험으로 노동자들이 취업 중에 낸 보험료를 실직 후에 받는 것”이라며 “그런데 마치 정부는 실업급여를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하고 있으며 저소득 청년·여성들이 복지에 중독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73.1%(119만명)가 대부분 청년, 고령,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이들은 급여 하한액 적용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최저임금 대비 소득대체율(실업급여의 하한액)마저 낮추거나 폐지한다면 저임금노동자의 실업 기간 동안 생계유지에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계도 분노를 드러냈다. 여성노동연대회의도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노동의 주체로서 여성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일을 쉬어도 생계에 문제없는 사람, 국가와 기업에 헌신하지 않는 사람, 일 안 하고 과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양산하고 있다”며 “또 노동시장에 갓 발을 디딘 청년 노동자 역시 일할 의지가 없고 기성세대에 비해 적극적으로 구직하지 않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급여 개편 추진이 도마 위에 오르자, 정부는 우려되는 내용들은 잘 알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들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며 한 발 물러났다. 이후 올해 들어 다시 한번 개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와 변함없이 노동계는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5월 입법예고 직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내고 “구직급여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생명줄이자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며 입법예고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청년위원회 또한 “청년 10명 중 4명은 평균 1년이 안 돼 실업 상태에 놓인다”며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만들고선 반복 수급자를 부정수급자로 치부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개정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일축한 상태다. 노동부는 저임금 근로자, 일용근로자 등 노동시장 약자는 반복 수급 횟수에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데 이어 반복 수급 횟수를 법 시행 이후 수급하는 경우부터 산정해 수급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이정식 장관도 “핵심 고용안전망인 구직급여 제도가 본연의 재취업 지원 기능에 충실하면서 보험가입자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노동약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의 합리적 논의를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비자발적 실업이 이어지는 실정에서 실업급여 수급에 제약이 생기는 만큼 노동계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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