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퀵커머스 서비스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퀵커머스 서비스란 한 두 시간 내 배달이 가능한 상거래 기능입니다. 앞서 퀵커머스 서비스인 쓱(SSG)고우를 시범 운영했다가 중단한 경험이 있는 이마트가 서비스 재도입에 나서는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경쟁사인 롯데마트는 올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종료한 상황입니다.
이마트는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합병을 마무리 짓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퀵커머스 시장 재진입 역시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롯데마트·홈플러스와 달리 퀵커머스 서비스에 유리한 점들을 갖고 있어, 성패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2일 조직개편을 단행해 상품 본부 산하에 뉴비즈(New Biz)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습니다. 뉴비즈TF는 이마트의 퀵커머스 서비스 재도입을 위해 상품 선정 및 가격 정책, 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마트의 퀵커머스 서비스 재도입 움직임은 앞서 시행했던 쓱고우 종료 이후 약 7개월 만입니다. 이마트는 2022년 3월 서울 강남에 도심형 소형 물류센터(MFC)를 설치해 쓱고우를 운영했습니다. 쓱고우는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1시간 이내에 전달하는 서비스입니다. 당시 배달 대행업체인 바로고와 제3자 물류 계약(3PL)을 체결해 이를 운영했습니다.
쓱고우 종료 당시 이마트는 “추후 정식 서비스로 신규 오픈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신규 오픈 시기도 정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쓱고우 서비스를 종료하고 퀵커머스 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수요 대비 비용이 크기에 수익성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종료한 업체는 이마트만은 아닙니다. 롯데마트·롯데슈퍼를 기반으로 퀵커머스 서비스 바로배송을 운영하던 롯데온 역시 올해 5월 이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바로배송은 고객이 롯데온을 통해 롯데마트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2시간 이내에, SSM인 롯데슈퍼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1시간 안에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입니다.
경쟁사인 홈플러스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중심으로 2019년 11월 퀵커머스 서비스인 즉시배송을 도입한 홈플러스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은 물론 요기요·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과도 손잡으며 관련 사업을 키워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즉시배송 매출이 전년 대비 60%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대형마트와 달리 소비자의 수요지와 가깝고, 배송 상품 역시 부피가 작은 SSM을 중심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전개했기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근거리 배송, 효율적인 상품 운용 등으로 비용을 절감했기에 사업을 지속해서 키워올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마트 역시 이마트와 달리 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진행해 온 퀵커머스 서비스는 순항 중인 모습입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2021년 8월 스피드E장보기(현 이마일) 서비스를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입 1년여 만인 2022년 10월에 이마일로 서비스명을 바꾸고 225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이마트에브리데이의 퀵커머스 서비스 매출은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78%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습니다. 또 올해 6월에는 배달의민족에도 입점하면서 2주 만에 순 방문자 44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대형마트 퀵커머스 서비스의 실패와 달리 SSM은 MFC 역할을 수행하는 매장이 수요지와 가까이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세를 키워오고 있는 셈인데,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퀵커머스 서비스를 재도입하면서 이러한 장점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마트가 1993년 주요 대형마트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점포를 열면서 비교적 서울 도심 내 많은 수의 점포를 갖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퀵커머스 서비스 수요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강남·서초 등의 지역에 점포를 갖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이마트는 강남·서초 지역에 3개의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롯데마트는 서초구에 1개 점포가 있고, 홈플러스는 해당 지역에 점포가 없습니다.
이마트는 1993년 문을 연 서울 창동점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 시내에 2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998년 강변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14개이며, 대구에 1호점을 차렸던 삼성 홈플러스가 모태인 홈플러스는 현재 서울에 18개의 점포를 운영 중입니다.
결국 이마트가 점포 수를 바탕으로 이마트에브리데이의 퀵커머스 사업 성과를 대형마트까지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인 셈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근거리 배송만 이뤄진다면 대형마트라고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다만, SSM에 비해 상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잘 선별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