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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국 폐지’ 막아선 KBS PD들…팀장단 ‘보직사퇴’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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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KBS PD협회와 KBS본부 주최로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사태 관련 제작진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024년 7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KBS PD협회와 KBS본부 주최로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사태 관련 제작진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KBS ‘추적60분’ 전현직 제작진이 PD들의 시사프로그램을 보도본부로 옮기는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며 긴급 기자회견에 나섰다. 제작1본부 팀장단은 조직개편안이 원안대로 강행되면 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결의했다.

KBS PD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본부 사무실에서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사태 관련 제작진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은 조직개편안을 “실질적으로 시사교양국은 해체, 파국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문제가 크다”고 규정했다. KBS 사측은 제작본부 시사교양국에서 시사를 뺀 ‘교양다큐센터’를 신설하고, 시사 프로그램은 기존 보도본부로 옮겨 ‘보도시사본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2010년 김인규 사장 시절 ‘추적60분’이 보도본부로 옮겨진 뒤 제작 자율성 탄압 논란이 잇따른 바 있다.

김민회 ‘추적60분’ PD는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를 옮기는 것이 아니고 시사교양 PD들의 제작역량, 저널리즘, 시청자 알 권리를 한 번에 빼앗는 조치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문제”라며 “형식적으로 프로그램 이관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시사교양국 해체”라고 주장했다.

김 PD는 “제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가장 분주하고 활발하던 8층(사무실)에 남아 있는 프로그램이 3개 밖에 되지 않는다”며 “논쟁이 됐던 프로그램들을 회사에서는 그냥 없애버리고 만다. 이건 저희가 시청자들에게 약속한 새로운 프로그램, 콘텐츠 제공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저희가 문제제기를 계속 했을 때 ‘추적60분 만들지 마, 없애버려’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안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14년 전 ‘추적60분’을 제작했던 22년차 강윤기 시사교양 PD는 “이 일들이 데자뷔처럼 14년 전과 똑같아서 소름 끼치고 트라우마처럼 다가온다”고 했다. 당시 ‘시사투나잇’ ‘시사360’ 등 프로그램이 사라진 뒤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이 이뤄졌는데, 현 박민 사장 취임 이후로도 유사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 PD는 “보도본부로 이관되자마자 요구한 것이 ‘원고를 써라, 원고 문제 없으면 제작해도 된다’라는 거였다”며 “정치적으로 예민하거나 자본 권력 문제를 얘기하는 아이템에는 어김 없이 빨간펜으로 수정됐다”고 했다. 특히 ‘4대강’ 관련해선 “찬반 여야 인터뷰를 초 단위까지 셌다. 반대가 2초 많다며 불공정한 프로그램이었다고 했다”며 “정부가 추진하던 제주도 7대 자연경관, 소말리아 해적 피랍, 삼성 반도체 노동자 사망 문제 등을 취재한 것은 제대로 방송이 나간 적이 없었다”고 했다.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막말 동영상’을 입수했던 심인보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가 보도본부로 보내지는 등 인사 문제도 반복됐다고 전했다.

▲2024년 7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KBS PD협회와 KBS본부 주최로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사태 관련 제작진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024년 7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KBS PD협회와 KBS본부 주최로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사태 관련 제작진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024년 7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KBS PD협회와 KBS본부 주최로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사태 관련 제작진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024년 7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KBS PD협회와 KBS본부 주최로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사태 관련 제작진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올해로 4년차가 된 조수민 PD는 “3년간 ‘더 라이브’ 편성 삭제와 종방, ‘다큐 인사이트’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역사저널 그날’ 사실상 폐지를 겪으면서 할 수 있는 말, 해도 되는 말이 점점 줄어든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시사교양PD가 자기가 속한 조직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는 건 그만큼 사회 현안을 충실히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고 권력과 불합리에 느슨해지게 하고, 갈등을 직면해 보여주기보다 은근슬쩍 피해가는 방향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PD는 “회사는 조직 개편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한 뒤 “시대를 감시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이 설 자리를 잃지 않고 역할을 충실히 해내도록 의무감을 갖고 계신 시사교양 PD 및 언론인 분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 주인이신 시청자분들께도 관심과 지지, 그리고 연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현재 시사교양국이 있는 제작1본부 산하 팀장들은 15일 “조직개편안이 원안대로 상정, 통과될 경우 팀장의 보직을 사퇴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박민 사장 취임 후 보직을 내건 집단적 항의가 이뤄진 첫 사례다. 20명 중 19명의 팀장단이 ‘교양다큐센터로의 축소’와 ‘시사 프로그램의 보도본부 이관 반대’ 입장에 연명했다.

팀장단은 “경영진은 재정난을 빌미로 KBS의 미래와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짓밟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자해에 가까운 회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더 이상 팀원들을 다독여 묵묵히 일하고 인내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KBS 사내게시판에 게시된 성명 아래에는 이름과 소속을 밝힌 직원들이 “팀원들을 위해 결의해주신 팀장님들을 응원한다” “끝까지 함께하겠다” “뜻을 같이 한다”는 응원과 함께 “상식적 요구에 경영진은 응답하라”는 요구 등을 댓글로 덧붙이고 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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